불법 의료행위 강요한 의료기관, 오히려 신고한 '간호사' 해고

간호협회, 권익위 신고 두달여 됐지만 차일피일 대답 미뤄…2차 신고 검토

헬스케어입력 :2023/08/17 14:12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한 의료기관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한 이후 조사가 늦어지며, 오히려 불법행위를 신고한 간호사가 해고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대한간호협회는 불법진료신고센터에 신고된 내용 중 불법진료 행위 지시가 명백한 81개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신고했고, 불법 진료행위 거부로 인한 고용위협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심각한 4개의 의료기관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바 있다.

관련해 17일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3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에게 불법의료 행위를 강요한 전국 의료기관 81곳이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신고된 지도 50일이 지났지만 발표가 기약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준법투쟁에 참여한 간호사들이 해고까지 당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진료 행위 거부라는 준법투쟁을 시작한지 벌써 90여 일이 지나고 있다. 신고내용을 검토하고 분석하면서 의료기관장이 교사한 신고된 행위의 위험성에 경악했고, 그 행태가 일부 의료기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의료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라며 “‘의사의 지시 하에 이루어지는 진료의 보조’라는 모호한 법 조항을 이용한 의료기관의 행태가 너무도 공공연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호협회는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신고 후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지난 7월6일)’, ‘협회 대표자가 연락하면 알려주겠다(지난 7월18일)’, ‘(법률 및 판례 검토를 위해) 81개 의료기관 내용 정리 및 분류 중이다(8월11일)’는 답변만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불법진료 거부로 인한 피해 사례도 발표됐다. 경남지역 종합병원 A간호부장은 “의사가 작성해야 하는 장기요양 의견소견서 간호사들에게 맡겨 시정을 요구해도 안됐고, 지역 보건당국도 그냥 병원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넘겼을 뿐 아니라 이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뒤 해고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대한간호협회는 17일 간호사에 불법 강요한 의료기관 신고 후 권익위의 판단이 늦어지며 해고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또 진료지원인력인 PA간호사로 일했다는 간호사 B씨는 “간호법을 위한 준법투쟁을 하면서 간호사들이 해서는 안 되는 업무 범위를 확인할 수 있었고 노사합의를 통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병원에서 책임져 준다는 사항을 포함시키는 등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법적으로 보호 받을수 없단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조그마한 변화들이 모여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고 의료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C씨는 간호사 준법투쟁의 어려움에 대해 호소했다. 그는 “병원장과 의사들은 기존에 하던 일을 왜 이제와서 거부하냐며 압력을 넣었고, 주변 타 직역들의 힐난의 눈초리, 그리고 ‘간호사만의 싸움’인 것 같은 고립은 너무도 두려웠다”라며 “불법진료를 거부하는 간호법 준법투쟁을 하면서 협박, 회유, 폭언 등을 겪고 종종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많은 간호사들이 아직도 간호사 준법투쟁에 동참하고 있다”고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이어 “불법진료 거부라는 양날의 검을 들고 어쩌면 더 많이 다치고 피를 흘리는 쪽은 약자인 저희 간호사들일 것이라”며 “우리의 행위를 보호해줄 그 어떠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다. 이것이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에 간호협회는 간호사 준법투쟁에 따른 회원들의 피해사례가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법·노무 자문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간호협회 홈페이지에서 이용이 가능하며, 간호사 준법투쟁과 관련해 의료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상담, 법적 절차 등 법률과 노무에 대한 자문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차로 간호사에 불법의료 행위 강요한 의료기관을 신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불법진료행위 거부로 인한 부당대우가 심각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4개의 의료기관의 경우 완료됐거나 현재 현장실사가 진행 중이라며, 서울 종로구 A의료기관과 경북 포항 B의료기관은 8월 중 근로감독이 실시되고, 경남 창원 C의료기관은 3일간 진행된 근로감독을 통해 간호부서장‧일반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면담과 관련 서류 검토를 마무리으나, 경기 평택의 D의료기관은 진행사항을 알려줄 수 없다는 통보를 협회에 해왔다고 전했다.

김영경 간호협회 회장은 “자문센터는 불법진료 거부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자문과 함께 회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자문 등을 통해 회원들을 적극 보호해 나갈 것”이라며 “오늘(17일) 3차 기자회견 발표 이후 협회 홈페이지에서 회원이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며, 간호사 준법투쟁과 관련하여 의료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상담, 법적 절차 등 법률과 노무에 대한 자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18일 개설한 불법진료 신고센터에는 지난 11일까지 1만4천590건이 신고됐다. 간호사에게 불법진료를 강요한 병원의 실명 신고건수와 불법사례도 지난 6월26일 364개 기관의 8천467건에서 386개 기관의 8천942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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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는 서울이 69개 기관 2천46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 60개 기관 1천753건  ▲부산 29개 기관 813건 ▲대구 28개 기관 542건 ▲경남 26개 기관 604건 ▲경북 26개 기관 277건 ▲인천 21개 기관 489건 ▲전남 21개 기관 174건 ▲충남 18개 기관 210건 ▲광주 16개 기관 209건 ▲강원 16개 기관 197건 ▲충북 16개 기관 142건 ▲대전 12개 기관 415건  ▲전북 11개 기관 272건 ▲울산 11개 기관 204건 ▲제주 4개 기관 56건 ▲세종 2개 기관 123건 순이었다.

김영경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간호사 준법투쟁과 관련 “62만 간호인과 함께 안전한 근무환경과 의료기관 현장에서 법의 모호성을 이용한 불법 진료행위가 근절되고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질 때까지 준법투쟁을 계속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