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을 사흘 앞두고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을 분위기다.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보다 여야의 비판이 주가 되면서 정책에 대한 비전은 실종됐다는 평가다.
청문에 앞서 여권에서는 공영방송 정상화 적임자라 내세우고 있고, 야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방송장악을 위한 인사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해왔다.
그런 가운데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의 현 야권 추천 이사들의 해임이 잇따라 이뤄지면서 이동관 후보자의 청문 이전부터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정권이 입맛에 맞는 공영방송 사장으로 교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민주당의 지적이다.
오는 18일 예정된 이동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는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출석 증인과 참고인이 없는 맹탕 청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주요 쟁점은 자녀 학교폭력 무마와 재산 형성 과정을 비롯해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장악 의혹 등이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당시 이 후보자의 자녀가 재학한 하나고 이사장과 교수 등을 청문회 증인으로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전 정부 초기 공영방송 사장을 불러야 한다며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아울러 후보가 검증을 위한 국회 자료 제출 요구는 개인 신상 정보라는 이유로 거듭 거부되고 있다. 이 후보자뿐만 아니라 최근 대부분의 국무위원 인사 검증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청문 출석 증인을 아예 막겠다는 의도를 갖고 후보자 검증과 무관한 인사를 청문 증인으로 내세워 협의에 도달할 수 없는 회피 전략을 펼쳤다”면서 “어떤 논란에도 대통령이 임명할 것인데 그동안 잡음을 최소로 줄여보자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들을 두고 ‘카더라’ 식의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의혹 제기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나아가 전 정부에서 공영방송이 편향됐다는 주장으로 반박 공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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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이 인사청문을 앞두고 상임위 사보임을 단행하며 각각의 저격수를 배치하는 등의 준비도 마쳤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 후보자를 비롯한 미디어 정책 전반에 격한 갈등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우려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의 정책에는 정치만 남게 됐고, 위원회 내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여야의 협치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라며 “현 상태가 유지되면 방통위는 한동안 정책 실종에 갇힌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