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광고에도 거래소와 경매가 필요한 시대가 됐어요”
상품의 가치는 가격으로 표시된다. 그리고, 애덤 스미스 이후,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시장)’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각각의 경제 주체들이 구매와 판매 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은 자동으로 조절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이론은 대체로 맞다. 그런데 가끔은 경제 주체들의 모든 의사결정이 다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상품의 내재 가치와 무관하거나 이와 괴리되는 가격도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재 가치와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내재 가치를 객관화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뜬구름 같은 내재 가치가 시장에서 가격으로 규정되는 거다.
남산성 리메이크 대표는 광고라는 특수시장에서 기술을 통해 뜬구름 같은 광고의 내재 가치를 객관화하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쉽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시장 가격’을 만드는 일을 일생의 업(業)으로 삼고 있다.
■뜬구름처럼 애매하기만 했던 광고 가격
광고(廣告) 또한 사고 팔리는 만큼 하나의 상품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광고 시장에서 그 내재 가치는 뜬구름에 비유할 수 있었다. 광고 상품은 소비자가 직접 소비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내재 가치를 따지기가 일반 소비재 상품보다 훨씬 더 어렵다. 일반 소비재의 경우 효용가치나 판매량에 따라 내재가치를 간접적으로나마 평가할 수 있지만 광고의 경우 이런 잣대가 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광고에도 ‘시장 가격’이 있긴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시장 가격’이라기보다 ‘담합 가격’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일반 소비자가 배제된 채 광고주와 매체 사이에서 오래된 인연에 의한 흥정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본질적으로 ‘시장 가격’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양쪽 다 ‘내재 가치’에 대해서는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TV의 경우 시청률, 라디오의 경우 청취율, 신문의 경우 판매부수 등이 광고의 ‘시장 가격’을 형성하는 요소이기는 했지만, 그 효과(그러므로 내재 가치)가 어떤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전통 광고 시장에서는 특히 매체와 광고주의 숫자가 제한적이어서 양쪽의 흥정만으로도 가격이 형성되는 게 가능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불러낸 디지털 마케팅
인터넷과 모바일은 미디어 혁명을 불러왔다. 광고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광고 시장에서 미디어 혁명은 다른 게 아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를 해야 할 매체가 무수히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모든 경제 주체가 하나의 그물로 연결돼 있다는 걸 뜻하다.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해졌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TV 라디오 종이신문과 같은 전통매체와는 다른 방식의 마케팅이 필요해졌어요. 셀 수 없이 많은 인터넷과 모바일 영역에도 대응해야 하는 거죠. 그 대응을 통상 디지털 마케팅이라고 하죠. 광고를 주요 수익 모델로 하는 인터넷과 모바일 사업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요. 보통사람들은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대형 검색 포털과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같은 대형 SNS만 광고를 주요 수익 모델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있지요.”
세계의 모든 경제 주체가 하나의 그물로 연결되면서 광고주나 매체가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광고 효과 입증이 중요해진 시대가 됐죠”
매체의 숫자가 제한됐을 때와 달리 무수히 많아지면서 광고는 이제 스스로 효용가치(혹은 내재가치)를 입증해야만 하는 시대로 변했다. 한 광고 회사의 대표는 그런 이유로 “광고의 존재 이유는 '가설'이 아니라 '증명'"이라고 말했다. 광고의 노출과 그로 인한 매출을 숫자로 입증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뜻.
“기업이 광고를 하는 목적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매출 증대죠. 과거에는 광고와 매출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웠어요. 그러나 지금은 추적 시스템을 통해 이를 증명하는 게 가능해졌죠. 단순한 노출빈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반응 여부, 특히 노출로 인한 구매 여부까지 파악할 수가 있는 거죠.”
업계에서는 이를 ‘프로그래매틱 광고’라고 한다. 짐작하겠지만 이는 컴퓨터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무수히 많은 광고주와 무수히 많은 매체의 광고 영역을 연결시켜야 하는데 그건 사람이 수작업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수히 많은 광고와 무수히 많은 매체가 코드화 돼서 서로 연결되는 것.
■리메이크를 넵튠에 매각하게 된 이유
디지털 마케팅이 대세가 됐다는 건 사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빅테크가 승승장구하고 전통 매체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디지털 마케팅은 이제 뜨는 시장이 아니라 이미 성숙된 시장이다. 남 대표가 올해 초 리메이크를 넵튠에 매각한 이유기도 하다.
“디지털 마케팅 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섰고, 앞으로는 플레이어들이 정리되는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봤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이 시장에서도 기술력과 함께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죠. 창업 주주들의 개인 사정도 없지 않았지만 카카오 계열인 넵튠에 회사를 매각키로 결정한 것은 그 때문이죠. 넵튠의 자산과 리메이크의 자산이 결합함으로써 더 강력한 ‘프로그래매틱 광고’를 위한 에코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봤어요. 그리고 그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고요.”
■“광고 거래소도 만들었습니다”
넵튠과 리메이크는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넵튠은 광고할 영역을 보유한 셀러(혹은 매체)들이 그 영역을 잘 팔아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 ‘애드엑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를 지원한다. 광고 영역을 가진 셀러들이 에드엑스에 등록하면 이 영역에 광고를 붙여주는 것이다. 리메이크는 이와 달리 광고를 통해 상품을 잘 팔고자 하는 광고주들을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 광고주의 요구에 맞게 최적의 광고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다.
“넵튠과 리메이크가 결합하면서 본격적으로 ‘애드파이’란 이름의 광고 거래소를 오픈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광고 영역을 팔려는 매체와 광고를 하려는 광고주를 중개하는 기술이죠. 광고주나 매체 모두 무수히 많기 때문에 경매 방식을 통해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시스템이 경매를 진행하죠. 거래소가 만들어지면서 넵튠과 리메이크는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삼각 에코시스템이 갖추어졌지요.”
■우연하게 걷게 된 애드테크 전문가의 길
남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으로 가 미시간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통신장비 업체 ‘시스코시스템즈’.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게 아쉽긴 했지만, 2013년께 가정 사정으로 귀국한 뒤, 애드테크 스타트업을 거쳐 넷마블에 입사했다. 넷마블에서도 ‘프로그래매틱 광고를 통한 퍼포먼스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이 업무를 하면서 “(과거의 편견과 달리) 마케터가 돈 쓰는 조직이 아니라 돈 버는 조직”이라는 새로운 인식과 경험을 하게 된다. 그만큼 성과를 낸 것이다.
스타트업의 험난한 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창업을 할 용기를 갖지 못했지만,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위력을 실감하고, 넷마블에서 함께 했던 동료 몇몇과 퇴사 시기와 뜻이 맞아 2018년 리메이크를 공동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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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들어선 애드테크의 길에서 스타트업 직원, 대형 게임사 중간 간부, 창업자, 전문경영인으로 4번째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씀: 남산성 리메이크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게임 스타트업인 플레이하드의 신중혁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