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에 점점 무거워지는 車…도로 위 폭탄되나

1.5톤→2톤 훌쩍...고연비·편의사양 치중에 효율·안전성 뒷전

카테크입력 :2023/08/09 16:25    수정: 2023/08/09 23:12

자동차 전동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차량의 공차 중량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가뜩이나 무거운 배터리를 차량에 탑재하는데, 고급 소재나 안전·편의사양을 적용하면서 무게를 줄이고자 하는 의지는 뒷전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무거운 무게로 갑작스런 충돌 사고 시 피해가 가중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업계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신차 중량은 평균적으로 2000kg(2t)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신차 평균 무게는 4329파운드(1963kg)다. 블룸버그는 “이는 1980년 평균치보다 1천파운드 이상 늘어난 것”이라며 "또 지난 3년동안은 약 175파운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제원상 공차중량이 2천425kg인 기아 EV9 (사진=기아)

차량 무게는 향후 전동화 추세로 인해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 최고기술경영자(CTO) 네드 큐릭은 오토모티브 유럽과의 인터뷰에서 “1톤 반 정도였던 차들이 현재 3톤에 육박한다”며 “이 같은 경향은 환경뿐만 아니라 자원과 효율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변했다며 전동화뿐만 아니라 픽업과 SUV 수요가 세단과 해지백을 앞질렀다고 진단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부 트럭의 무게는 줄었지만, 더 크고 무거운 픽업을 구매하는 북미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한국의 실정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 소비자는 미국 선호도와 비슷하다. 국내 SUV 수요는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이 포함돼 국내 신규 등록 차량 무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조사한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 이행실적을 보면 국내 판매차량의 평균 공차중량을 보면 2016년 1556kg이었으나 2018년 1595kg, 2020년 1622kg으로 계속 늘고 있다. 올해에는 공차중량이 2.5t에 육박하는 EV9 등이 출시되면서 평균 무게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자동차는 1980년대부터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던 것은 안전규제 강화였다. 에어백, 충돌 시험 평가, 견고한 구조물로 차량은 점점 무거워졌지만, 제조사들은 더 단단하고 강한 소재로 경량화하는 일은 뒷전으로 뒀다.

이후 차량 무게는 전기차에 들어서는 3000kg(3t)은 거뜬히 넘기게 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연비를 높이고 탄소 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하면서 전기차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GMC 허머EV는 전기차 중 가장 무거운 차로 알려졌다. 허머EV의 무게는 4110kg이다. (사진=GMC)

보통 전기차용 배터리는 450~680kg으로 분포돼 있다. 배터리 소재에 따라 다르지만, 전기차 플랫폼에 배터리만 올려도 1000kg은 훌쩍 넘는다. 여기에 편의사양들을 넣으면 2000kg까지는 쉽게 채운다.

기업들이 성능과 탄소저감에만 신경 쓰면서 무거워진 차량으로 유사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국립경제연구국(NBER)에 따르면 차 한 대에 1천파운드(450kg)를 추가하면 추돌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은 47% 증가한다. 이에 대한 경각심 차원으로 유럽 일부 국가는 무게에 따라 차량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자동차 안정성 기술이 발전을 이뤘음에도 차 사고 사망률은 20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 비슷한 고소득 국가보다 훨씬 나쁘다”며 “차량 무게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기차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무게 때문에 주차장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32만8천267대로 이 중 90%를 차지하는 29만4천872대가 1850kg을 초과한다. 1850kg까지 수용할 수 있는 중형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은 3만3천395대로 10%에 불과하다. 미래 전기차량이 계속 늘어나게되면 건물이 받는 하중도 증가하면서 주차장 붕괴 위험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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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더 크고 무거운 배터리를 넣어 반대로 더욱 많은 탄소배출을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무거운 전기차는 전력 소모량이 더 큰데 전력을 더 많이 쓸수록 오히려 내연기관차량보다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할 것”이라며 “또 대형 전기차에 들어가는 크고 무거운 배터리를 만들때 들어가는 광물 소비량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