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Arm이 독주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자산(IP)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퀄컴을 비롯한 인피니언, NXP, 노르딕세미컨덕터, 보쉬 등 5개 반도체 기업이 Arm에 도전하기 위해 반도체 IP 오픈소스 ‘리스크파이브(RISC-V)’ 기반의 새로운 기업에 공동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이번 투자를 통해 Arm 의존도를 낮추고 RISC-V 기반의 반도체 상용화를 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합작 기업은 곧 독일에서 설립 절차를 시작할 예정인데, 기업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합작사는 초기에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향후 모바일 및 IoT용 반도체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아드 아스가 퀄컴 제품관리 부사장은 “퀄컴은 지난 5년간 RISC-V에 투자해 왔다”라며 “오픈소스 RISC-V가 업계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피니언은 “이번 공동 투자를 통해 RISC-V 기반 차량용 반도체 구축을 지원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쉬는 “RISC-V 이니셔티브가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EU 기반 반도체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 주요 기업의 RISC-V 표준에 투자는 반도체 칩 제조업체들이 Arm 코어텍스(Cortex)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며 “대다수의 반도체 기업은 Arm의 대안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RISC-V는 오픈소스(개방형) 반도체 IP 표준이다. 특정 기업이 소유하지 않는 구조이기에 기술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장점이다.
앞서 삼성전자,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도 RISC-V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비영리 단체 리눅스재단이 발족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RISE(RISC-V Software Ecosystem, 라이즈)'의 운영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게 됐다고 밝혔다.
퀄컴은 작년에 RISC-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칩을 설계하는 스타트업 사이파이브에 1억7천5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궁극적으로 탈 Arm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다.
반도체 IP 시장에서 Arm 점유율은 40% 이상이다. 특히 Arm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 시장에서 점유율은 90%에 달할 정도로 반도체 시장에 영향력이 크다. 퀄컴, 미디어텍, 애플, 삼성전자 시스템LSI 등은 모두 ARM의 IP를 활용해 칩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Arm의 IP는 데이터센터, 자동차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분 75%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25% 지분은 자회사인 비전펀드가 갖고 있다. Arm은 빠르면 다음달 미국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실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Arm의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78조3천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Arm IPO의 핵심 투자자(앵커 투자자)에는 인텔, 삼성전자,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TSMC 등이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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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반도체 업계에서는 Arm의 IP를 RISC-V로 대체하려면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반도체 관계자는 “제품 설계를 위한 IP 채택에 있어 소프트웨어도 큰 비중을 차지하며, Arm은 해당 영역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았다”라며 “Arm은 이를 구축하는데 수십 년이 걸렸기에, 이를 대체하려면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