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양자 컴퓨터는 없다. 불완전한 것을 활용하고 개선해 가며 계속 더 정확한 값에 가까와진다. 된다, 안 된다를 따질 시기는 지났다."
"파급 효과가 크고 미래에 가장 큰 부가가치를 만들 분야를 생각하면 양자 컴퓨팅 분야이다. 기존 컴퓨터로는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줄 소프트웨어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양자기술이 새로운 미래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의 선점 경쟁도 뜨겁다. 우리나라도 지난 6월말 열린 '퀀텀코리아 2023' 행사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양자 강국 코리아' 비전을 대중 앞에 직접 PT발표하며 "2035년 대한민국, 글로벌 양자경제 중심 국가로 우뚝서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로운 첨단 기술이 그렇듯이 양자 역시 새로운 게임체인저論에 긍정과 부정이 갈린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지난달말 서울 파르나스타워에서 산학연관 양자 전문가를 초청해, 우리니라 양자경쟁력 현황과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세계 각국이 전략적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양자 기술 개발에 한창인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양자 분야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선도 국가들의 기술을 추격하는 한편, 세계 무대에서 확실한 무기가 될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숙제다.
이번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내 양자 분야 역량을 키우기 위한 선택과 집중을 주문하며, 인력 양성과 전문기업 양성 등 생태계와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좌담회 참석자(가나다순): 김동호(양자컴퓨팅산업선도기업연합회장), 방승현(오리엔텀 대표), 우명순(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기술개발지원과 서기관), 이순칠(국가양자PM,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 이용호(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 한상욱(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장), 한지운(메가존클라우드 부사장).
사회: 방은주(지디넷코리아 부장), 정리: 한세희(지디넷코리아 과학전문기자)
■ 양자, 신기루인가 게임체인저인가?
=사회: 양자 기술이 신기루라는 시각이 아직도 있는 것 같다. 양자 기술은 신기루인가? 아님 차세대 게임 체인저인가?
▲이순칠 국가양자PM: 현재도 불완전한 양자컴퓨터가 있고, 계속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거나 높은 수준의 암호를 깨는 컴퓨터가 언제 나오느냐의 문제이지 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니다.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불가능은 없다.
▲김동호 양자컴퓨팅산업선도기업연합회장: 아직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 있다. 배터리 만들 때 리튬과 황 소재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이런 문제도 아직 못 푼다. 이런 것을 풀려면 양자 컴퓨터밖에 없다. 이런 잠재력을 살려 임팩트를 보여줄 때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장: 체감되지 않는 기술은 다 신기루로 여겨진다. 이론적으로 증명되고 실험실에서 성공한 단계를 넘어 2-3단계 더 가야 사람들이 실감할 것이다. 현재 양자 분야에서 한계를 넘는 발전이 일어나고 있고, 돈과 인력이 뛰어들면 그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 양자 연구를 하지 않으면 국가 안위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효율적으로 원하는 완성도를 가진 기술을 얻는데 생각보다 시간 걸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 될 것으로 본다.
■ 세계 속 한국 양자 기술, 어디쯤 있나?
=사회: 그렇다면, 세계 속에서 한국 양자과학기술은 어느 정도 위치인가? 한국의 경쟁력을 볼 때, 집중해야 할 분야나 기술 격차 해소 방안을 찾는다면?
▲우명순 과기정통부 양자기술개발지원과 서기관: 크게 봤을 떄 우리나라가 세계 선도 국가에 비해 5년 정도 뒤쳐지고, 기술 수준은 65~70% 수준이라 얘기할 수 있다. 우리가 통신이 강한만큼 양자 통신은 좀 앞서고 컴퓨팅은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
▲이용호 단장: 우리나라가 양자 센서의 어떤 부분에선 세계 1위다. 하지만 파급 효과나 임팩트를 보면 양자 컴퓨팅이 핵심이다. 양궁을 잘 한다고 모든 사람을 양궁에 투입하면 안 되고, 국민 관심이 더 큰 축구나 야구에도 투입해야 한다.
▲이순칠 PM: 우리가 1등을 할 차별적 분야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자는 전략 기술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수준을 추격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양자 컴퓨팅 기술을 나중에 외국에서 우리에게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한상욱 단장: 컴퓨팅, 통신, 센서는 양자의 응용 분야를 중심으로 나눈 것이다. 그런데 양자 관련 핵심 소재, 부품, 장비 핵심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또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 공정기술을 활용해 양자 컴퓨터나 통신, 센서 소자를 만드는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핵심 기술 몇 가지만 가져도 국제 무대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
▲방승현 오리엔텀 대표: 양자 컴퓨팅의 모멘텀은 소프트웨어에서 더 빠를 수도 있다. 양자 분야 글로벌 투자를 보면 하드웨어가 41%, 소프트웨어가 36%에 이른다. 긴 호흡 갖고 하드웨어 만드는 한편, 양자 기술을 활용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 분야는 정형화된 데이터가 있어 현재의 작은 큐비트로도 양자이득을 보일 수 있다.
▲한지운 메가존클라우드 부사장: IBM이나 아마존을 보면 퀀텀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여기에 알고리즘도 올라가 있고, 시뮬레이터도 제공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만들어가는 틀을 따라가야 할까 고민도 필요하다. 양자 분야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나 인프라 등 개발 환경을 잘 만드는 것도 상용화 위해 중요하다.
■ 양자 인력 어떻게 키울 것인가?
=사회: 성공의 관건은 역시 인력이다. 양자 분야 전문 인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양자대학원을 이미 선정했고, 양자 인재 1천명 양성 계획도 밝혔는데?
▲우명순: 현재 양자 분야 박사급 교수 인력은 380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 분야는 주로 물리학계가 주도헀는데, 시스템이나 산업 분야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양자 원리는 학문적으로 깊이 들어가는데, 물리학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이나 소부장, 알고리즘 등 많은 분야 들어가는 융합학문이라고도 본다. 융합 인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한상욱: 융합 인력은 필요한데, 융합 전공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자공학이나 전산 전공하고 정말 잘 하는 사람이 양자 교육 받아서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경우에 융합 인력이라 할 수 있다.
▲김동호: 양자대학원 등 교육 커리큘럼이 물리학과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소프트웨어나 시스템 등도 잘 가르칠 수 있을지는 걱정된다.
▲방승현: 양자대학원 등에서 양자 인력이 배출되면 그에 맞춰 산업계의 수용 능력도 커져야 하고, 이들이 진로를 펼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가 발전해야 한다. 양자 인력 키워 반도체에 빼앗길 수도 있다.
▲이용호: 일부 대학에선 정부 사업 따겠다는 관점에서 양자대학원 바라보기도 하는 것 같다. 양자대학원이 무엇을 해야할지 정부가 잘 정의할 필요가 있다.
▲우명순: 양자대학원은 펀딩을 통해 몇몇 학교에서 산발적으로 하는 양자 교육에 구심점을 둬 커리큘럼과 인력 양성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다. 산업 진출을 위한 인턴십 등도 포함된 과정이다. 졸업생들 흡수하고 커리어를 커나가기 위해 정부도 R&D 예산 확대하고, 산업계에도 손짓하고 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까지 정부가 이들을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 전문기업 등 양자 산업 활성화 방안은?
=사회: 양자 전문기업과 산업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 양자 전문기업 현황과 양성 방법에 대한 의견은?
▲김동호: 한국에도 '아이온큐' 같은 풀스택 양자 기업이 나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인 것 같다. 정부는 어느 정도 준비된 것 같다. 양자 연구개발 사업 예타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마중물 역할은 가능하리라 본다. 기업도 지금부터라도 활발히 투자하고 인력 양성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본다. 다만 기업은 필요한 아이템 찾고 경영진 설득하는 등의 부분에서 시간 걸릴 것 같다. 대기업은 사업에 적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위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용호: 연구개발 통해 50큐비트 수준 초전도 방식 양자 컴퓨터 완성하고 다음 200큐비트 수준으로 발전하면 기술 이전도 가능할 것이다. 어느 정도 자본력 있는 기업이 우리 기술 이전하면 사업화 가능하리라 본다.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5년 정도 되면 국내 기술로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다만 기술 이전을 받더라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양자이득 연구 과제 등을 통해 검증된 적용 분야가 나와야 한다.
▲방승현: 양자 분야 정부 과제 등 진행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대기업과 경쟁하게 되는데, 스타트업은 환경 측면에서 너무 불리하다. 양자 분야에 진짜 전문성 있고, 실제적으로 사업 가능한 역량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심사에 참여하면 좋겠다.
▲이순칠: '아이온큐'는 하드웨어 만드는 회사다. 외국엔 양자 벤처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선 잘 안 나오는 이유 중 하나로는 하드웨어 만드는 기술이 있는 회사가 없다는 점도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다른 산업도 그렇지만 생태계 형성이 중요하다. 엔비디아가 '언터처블'인 것은 CUDA 생태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양자 분야에서 이같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까?
▲한상욱: 생태계 만드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글로벌 생태계 생겼을 때 우리가 어떤 강점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연구자들이 기술 이전을 해도 얻는 것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소속 기관에 일정 비율이 돌아가고, 세금 많이 내야 하고... 창업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방승현: 민간 투자가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양자 분야에서 벤처캐피탈의 과감한 투자를 받기 어렵다. 엑시트에 4~5년 정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양자는 호흡이 길어서 일반 벤처투자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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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에 투자하기 어렵다. 양자 분야에 관심 있는 대기업은 보통 이를 활용해 자기 경쟁력을 높이는데 관심 있지, 양자 컴퓨팅 자체에 관심이 큰 것은 아니다. 양자 컴퓨터 하는 회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여러 기업에 분산 지원하는 것이 정답일까? 양자 컴퓨팅 관련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파일럿 제품을 만들고, 투자 리스크를 분산해 주는 등 전략적 투자 위해 기업과 금융 등이 손잡은 조직 같은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우명순: 양자 과학기술 발전보다는 양자경제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것이 대한민국 양자 전략의 비전이다. 인재 양성에 투자하고, 우리 강점인 반도체, 소자, 공정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공공 팹 구축 등에 노력하겠다. 양자 연구개발 예타 사업이 플래그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