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KT의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4일 낙점됐다. 이달 말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참여 주식의 60%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 결의를 통과하면 2026년 정기 주총일까지 약 2년 7개월의 임기로 재계 12위 KT그룹을 이끌게 된다.
이날 이사회가 선임 절차를 모두 마치면서 KT의 경영 공백 상태가 일단락됐다. KT는 차기 대표 선임이 계속 미뤄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상무급 이상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새해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어 왔다.
따라서 김영섭 CEO 후보자는 주총 이전까지 조직과 사업 영역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경영 공백을 해소하고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창규 전 회장의 사례와 같이 김 후보자는 임시 집무실에서 KT그룹 전반의 업무 파악을 위한 전담팀의 지원을 받아 경영 준비에 착수할 전망이다.
김영섭 후보자, 장기적 비전 제시와 실용경영 추구
김 후보자는 1959년 경상북도 문경 출생으로 경북대 사대부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뒤 LG 회장실 감사팀, LG상사 미국법인,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LG CNS 경영관리부문,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 등을 지냈다.
2015년 LG CNS에 대표로 취임한 뒤 인사 평가 방식을 크게 바꾸고 대대적인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회사의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경력 내내 재무관리 분야를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성과 관리보다는 장기적인 비전 제시와 실용 경영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 CNS 시절 도입한 직원 평가는 기존 연공서열을 파괴하며 직원들의 기술 역량을 크게 이끌었다. 부실 자회사를 과감하게 정리해 수익성을 강화한 것도 LG CNS 대표 시절의 성과로 꼽힌다.
한학(漢學)에 조예가 깊으며 임직원과 고사성어를 포함한 대화도 자주 나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사회, ‘변화와 혁신’ 정착 주문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김 후보자 추천 이유를 두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며 대내외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경영체계 정착과 기업문화 개선 의지가 뛰어나 향후 KT 미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변화’와 ‘혁신’을 거듭 강조하면서 김 후보자에 대한 강한 기대를 드러낸 셈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을 위해 기존 KT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사회가 면접에서 따른 심사기준에서도 ▲기업가치 제고 ▲대내외 신뢰 확보와 협력적 경영환경 구축 ▲경영비전과 변화, 혁신 방향 제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2년7개월 짧은 임기에 청사진 제시와 경영쇄신 일궈야
주총 표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되면 한동안 미뤄진 조직개편과 인사가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경쟁사들은 이미 올해 사업을 진행한 뒤 고과 평가 단계에 돌입했지만, CEO 선임 논란을 겪어온 KT는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사업 도태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다. 회사 안팎에서 재빠른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정부와 여당의 카르텔 비판과 현재 검찰이 진행하는 수사 등을 고려할 때 그룹 쇄신을 위한 인적 개편도 숙제다. 어수선한 임직원의 분위기를 어루만질 필요도 있다. 조직 전체가 따를 수 있는 비전에 따라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 성장 비전을 빠르게 제시할 필요도 있다. CEO 경선 과정에서 ICT 전문성을 인정받은 만큼 이사회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통할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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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통신 본업에 대한 투자 결정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디지털 전환 역량에 앞서 통신업 본질에 기반한 성장으로 국가 디지털경제 인프라에 대한 인식을 되새겨야 할 시점에 대표직에 올랐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새 대표 후보자가 올해 안에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을 재정비하고 나면 사실상 임기는 2년만 남게 된다”며 “짧은 기간 안에 통신 맏형 지위를 굳건히 하는데 쉽지 않은 만큼 전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