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육성 없이 초격차 없다"...2030년 美 46만명, 韓 1.4만명 필요

[이슈진단+] 세계 반도체 인력난 심각...삼성·SK, 대학에 관련 학과 신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7/31 16:32    수정: 2023/08/22 13:18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에 투입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첨단 기술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필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 경쟁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따라 인텔, 아나로그디바이스(ADI), Arm, ASML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 인재 육성에 나섰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사진=SK하이닉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일자리는 올해 34만5천명에서 7년 뒤 46만명으로 33% 증가하는 가운데, 2030년 반도체 인력은 6만7천명 부족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과학법 시행으로 새로운 제조시설과 R&D센터 투자가 늘어나면서 인력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매년 배출되는 인력은 수요보다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필요한 인력은 약 1만4천600명 정도다. 반도체 업계의 연간 부족 인력은 2020년 1천621명에 달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약 3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일자리는 올해 34만5천명에서 2030년 46만명으로 33% 증가하는 가운데, 2030년 반도체 인력은 6만7천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표=SIA)

Arm, '반도체 교육 연합' 출범...인텔, 美대학에 제조교육 투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자 최근 반도체 기업은 직접 인재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27일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Arm은 반도체 파트너사와 협력해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는 '반도체 교육 연합'을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이 연합에는 아두이노, 케이던스, 시놉시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반도체 및 IP 기업과 반도체연구협회(SRC), 대만반도체연구센터, 인도과학기술교육위원회, 영국전자기술재단, 코넬 대학교, 사우스햄턴 대학교 등 기관 및 대학 등이 참여한다. 

반도체 교육 연합은 인턴십, 견습, 협동조합 배치를 통해 반도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인재를 발굴하고, 기존 인력 영향을 강화하는 데 힘을 모을 계획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ADI도 지난 28일 미국 오리건주 비버튼 반도체 웨이퍼 팹 설비 확장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함과 동시에 반도체 장비 유지관리법을 교육하는 '반도체 선행 제조 대학(AMU)'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인재 개발 교육센터에서는 8주간 미군 퇴역 군인, 재취업 희망자, 기존 ADI 공장 작업자 등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 기초 및 전문성 심화 교육 등을 제공한다.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 주에 건립할 새로운 반도체 생산 시설 조감도. (사진=인텔)

지난 4월 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과대학과 향후 10년간 플라즈마 물리학, 인공지능, 메카트로닉스, 반도체 리소그래피 분야를 공동 개발하고 관련 인재를 양성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ASML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최대 40명의 박사 학위를 양성할 계획이다.

앞서 인텔도 지난해 초 향후 10년간 1억 달러(약 1천275억 원)를 반도체 대학에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5천만 달러는 오하이오 대학에 투자해 인텔 반도체 교육 및 리서치 프로그램을 설립하고, 나머지 5천 만달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과 같은 금액을 공동투자해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반도체 제조 교육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하이오에는 2025년 완공 예정인 인텔의 신규 반도체 공장이 위치해 인력 확보 측면에서 오하이오대학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K하이닉스 국내 대학에 반도체계약학과 신설...'반도체아카데미' 출범 

삼성전자는 국내 대학 7곳에 반도체계약학과를 신설하며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성균관대를 시작으로 연세대(2021년), KAIST(2022년), 포항공대(2023년)와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해 왔다. 지난 3월 말에는 울산과기원(UNIST), 대구과기원(DGIST), 광주과기원(GIST) 등 과학기술원 세 곳과 반도체공학과 신설 협약식을 갖고, 올해 하반기부터 신입생을 선발해 내년 3월부터 계약학과를 운영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2020년 고려대학교에 반도체공학과를 처음으로 신설한 이후, 지난해 한양대, 서강대, 중앙대에도 각각 신설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임직원 대상으로 ‘현장의 숙련된 데이터 분석 전문가(CDS)’를 양성하기 위해 2018년부터 대학 등 전문 교육 기관과 연계해 데이터 분석 관련 심화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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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일에 한국 반도체 아카데미 출범식 이 개최됐다. 이석희 한국 반도체 아카데미 원장(우측) (사진=반도체산업협회)

한국반도체아카데미도 국내 기업들과 협업해 인재 육성에 동참한다. 반도체아카데미는 현장 맞춤형 인력을 신속하게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지난해 12월 1일 출범해, 올해 4월부터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아카데미 교육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원익IPS, 실리콘마이터스, 에이직랜드 등 기업과 중앙대, 명지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학계 및 기관이 참여한다. 아카데미는 향후 5년간 3천600명 이상의 현장 맞춤형 인력 배출을 목표로 한다.

이용필 산업부 이용필 국장은 "반도체 기술 초격차의 관건은 우수 인재에 달려 있다"며 "정부는 아카데미를 포함한 반도체 인력양성 정책 지원을 위해 적극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카데미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 대학 등 다양한 주체들 간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