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교회에서 설교도 하고 절에서 설법도 하는 시대이다. 일부 종교인들이 신도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시도의 하나로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신도들의 마음을 완전히 열지는 못한 듯 하다.
AI에 기반해 설교를 하는 로봇에 대해선 신도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의 설법을 들은 신자들은 시주도 덜 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실험심리학(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에 최근 실렸다.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일본 교토에 있는 코다이지(高台寺)라는 사찰에서 설법을 하는 '마인다(Mindar)'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설법을 들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마인다는 일본의 유명 로봇 연구자인 히로시 이시구로 오사카대학 교수와 코다이지가 협력해 2019년 개발한 인간형 로봇이다. 사람과 비슷한 실리콘 피부의 얼굴을 가졌으며, 입술을 움직이고 눈을 깜빡이며 말을 한다.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하며 25분 분량의 반야심경 설법을 할 수 있다. AI를 통해 지속적으로 불교의 지혜를 학습해 나간다는 것이 사찰의 설명이다.
연구팀이 사찰에서 마인다 로봇이나 사람 승려의 설법을 듣고 나오는 사람 398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신자들은 로봇에 대해선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인간 승려의 설법을 들은 사람보다 시주도 적게 했다.
싱가포르의 도교 사원에서 인간형 로봇 '페퍼'로 실험한 결과도 비슷했다. 페퍼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설법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거나 사원 홍보물을 돌리는 등의 포교 활동도 줄었다.
하지만 인간 승려와 로봇 승려의 신뢰도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5점 만점 척도에서 인간 승려에 3.51점, 로봇에 3.12점을 주었다. 로봇의 설법이 사람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지만, 신도들 사이의 심리적 저항감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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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미국의 기독교인 274명을 대상으로도 조사했다. 설교문을 읽게 하며 절반에게는 인간 목사가 썼다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AI가 썼다고 안내했다. AI가 작성한 것으로 생각하며 설교를 읽은 사람들은 설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AI가 사람처럼 생각하거나 느끼는 능력이 부족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조슈아 잭슨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로봇이나 AI는 진정한 신앙을 가질 수 없다"라며 "종교기관이 신심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지도자 대신 기술에 더 의존하면 신도들의 헌신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