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CJ올리브영을 납품업체 갑질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CJ와의 햇반전쟁이 뷰티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부터 햇반이나 비비고 등의 납품 단가를 두고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다.
이번에는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하며 또 한 번 쿠팡과 CJ그룹간의 갈등이 확산될 조짐이다.
쿠팡, CJ올리브영 신고…"납품업체에 쿠팡 판매 금지 강요"
쿠팡은 공정위에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CJ올리브영의 쿠팡 판매 금지 강요로 회사가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화장품 공급에 방해를 받는 등 사업에 막대한 지장과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신고서에 "CJ올리브영이 취급하는 전체 상품의 80%는 중소 납품업체들인데, CJ올리브영의 이 같은 행위는 거래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배타적인 거래를 강요하고 다른 사업자와 거래를 방해하는 ‘배타적 거래 행위’로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쿠팡에 납품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던 수많은 업체들이 CJ올리브영으로부터 다양하게 압박받아 거래를 포기해 왔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규모유통업법 13조에서는 유통업체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납품업자가 다른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배타적 거래 강요를 금지하고 있다.
쿠팡은 CJ올리브영이 납품업체의 쿠팡 진출을 막은 이유에 대해 “CJ올리브영이 쿠팡을 경쟁 상대로 보고 뷰티 시장 진출과 성장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2019년에 뷰티 시장에 진출한 만큼 오프라인 강자인 CJ올리브영보다는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데, 쿠팡 로켓배송과 CJ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등 CJ올리브영이 쿠팡을 직접적인 경쟁 사업자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방해행위를 해왔다는 것이다.
반면 CJ올리브영 측은 “쿠팡의 협력사들에 대한 입점을 제한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이슈 외에도 CJ올리브영은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철수한 랄라블라와 롭스 등 경쟁 오프라인 헬스엔뷰티(H&B) 회사에 상품을 공급하지 않도록 납품업체에 독점 거래 등을 강요한 혐의다.
햇반전쟁 끝나지 않았는데…'뷰티전쟁' 발발
쿠팡과 CJ제일제당 간의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지난해 12월 양사가 CJ제일제당 제품 판매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해 벌어진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햇반 외에도 중소·중견 제조사의 즉석밥 브랜드를 홍보하며 CJ제일제당 제품을 대체하고 있다. 지난 6월 쿠팡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즉석밥 등 식품 품목마다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CJ제일제당이 빠지자, 후발 중소·중견 식품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즉석밥 100원 이벤트를 실시하며 CJ제일제당을 자극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쿠팡을 제외한 플랫폼에서 햇반과 비비고 판매를 늘리고 있다. 컬리와 협력해 '컬리 온리' 단독 상품을 만들기도 했고, 네이버 도착보장에 입점하며 빠른 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그룹과는 공동 상품 개발을 진행하며 연말까지 가정간편식과 비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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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쿠팡이 CJ그룹과의 본격 전쟁을 선포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공정위가 CJ올리브영이 H&B 분야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를 조만간 판단할 예정이기 때문에, 쿠팡의 신고 자체가 더 예민하게 다가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프라인 강자가 온라인을 경쟁업체로 인식하고 견제하는 양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정위의 판단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