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어린 시절 혹은 임식 기간 중 겪은 어려움은 아기의 장내미생물 구성에 2살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아이의 사회정서적 발달도 이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PNAS'에 최근 실렸다.
아기는 어머니의 산도를 거쳐 태어나며 엄마에게 미생물군을 처음 전달받는다. 또 모유 수유 과정에서도 엄마의 미생물군이 아이에게 전해진다. 이렇게 형성된 장내미생물은 사람의 뇌나 면역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앞선 연구들에선 아기가 자궁에 있을 때 겪은 스트레스나 어머니가 겪는 심리적 문제가 출생 직후부터 아기의 미생물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생후 어느 정도까지 이러한 영향이 남는지, 다음 세대에도 영향이 전달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출생 전 스트레스가 어른이 된 후에도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싱가포르 공동 연구팀은 싱가포르의 어머니와 2살 자녀 450쌍을 대상으로 어머니가 어린 시절 겪은 학대나 좋지 않은 대우, 임신 기간 중 우울과 걱정, 아이들이 겪은 스트레스 유발 사건 등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어머니와 아이 일차양육자를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한편, 심리조사를 실시해 임신 기간 중 불안 증상을 겪는 산모를 골라냈다. 또 태어난 아기의 대변 시료도 검사했다. 가정의 소득 수준 조건도 통제했다.
조사 결과, 어머니가 임신 기간 중 더 큰 불안에 시달린 아이는 장내미생물 구성이 통상적인 경우와 달랐다. 미생물군을 이루는 여러 미생물 중 일부는 풍부하고 일부는 수가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이런 차이 없이 여러 미생물 종들이 서로 비슷한 규모였다.
또 생후 스트레스를 겪을 만한 일을 당한 아기의 장내미생물은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의 장 속 미생물들은 통상적인 경우보다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어려움을 겪은 정도는 유전적 다양성과는 상호 연관되어 있었지만, 장내미생물 간 유사성과는 큰 상관이 없었다.
연구진은 "아이의 장내미생물 다양성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라면서도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영향을 받는 장내미생물 종 중 상당수는 면역 체계와 어떤 식으로든 상호작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를 겪은 후에는 장내미생물이 면역 체계와 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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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장내미생물의 연결은 생후 2-3년 사이 급속하게 발달하는 만큼, 어려움을 겪은 경험으로 인한 장내미생물 변화는 이후 아이의 사회정서적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또 스트레스로 인한 장내미생물의 변화를 보다 잘 이해하면 향후 식단이나 생활 방식 등을 조정해 장내미생물군을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켜 아이의 발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