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 경영진들은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를 만나 중국에 반도체 기술 추가 수출 제한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수출통제는 미국의 반도체 리더십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지난 17일 바이든 행정부와 회동해 나눈 이야기를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이 참석해 미국 정부가 새 수출 통제를 추진하기 전에 우선 업계에 미칠 영향부터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로 반도체 수출통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가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이다.
팻 겔싱어 CEO는 미국 국무장관 및 기타 관리들에게 "중국에서 수출을 더 제한하면 칩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바이든의 핵심 정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겔싱어 CEO는 지난 19일 아스펜안보포럼 연설에서도 바이든 행정부 회동을 언급하며 "현재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의 25~30%를 차지한다"라며 "시장이 20%, 30% 줄어들면 공장을 덜 짓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칩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된다"며 "이것은 양자 컴퓨팅과 같은 신기술에서 미국이 선두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식통도 "중국 고객의 주문이 없으면 인텔이 추진하고 있는 오하이오 신규 공장 단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양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의견을 보탰다. 그는 "중국에서 일부 칩의 판매를 제한한 것은 대체품 수요만 더 늘어나도록 부채질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수출통제가 큰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현행 규정에 반대하는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이 정책이 중국의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의도한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고객사는 지난해 수출통제로 첨단 AI 칩 구입이 중지되자, 사양이 낮은 AI 칩을 더 많이 구입해야만 했다. 하지만 추가 수출 금지로 저사양 AI 칩 공급도 막히게 되면, 엔비디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억제하기 위해 부과된 광범위한 규제와 일부 해외 투자를 제한하는 새로운 행정 명령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이 지난달 반도체 핵심 원자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 데에 보복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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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국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월 말 마이크론 제품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주요 수요처의 구매를 중단시켰다. 마이크론의 사업 중 미국·대만에 이어 중국은 세번째로 큰 시장으로 전체 매출에서 10% 가량을 차지한다.
퀄컴은 샤오미와 같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부품을 공급함으로써 중국 지역 수익의 전체 중 60% 이상을 차지하 중요한 시장이다. 또 겔싱어 인털 CEO는 이달 초 회사의 최신 AI 칩을 선보이기 베이징을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은 인텔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엔비디아의 경우 중국 매출이 약 5분의 1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