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No'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 됐으면 해요”
“사람들은 자신이 중점을 두고 하는 일에 ‘예스’라고 대답하는 것을 집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집중의 의미가 아니다. 100개가 되는 다른 좋은 생각에 ‘노’라고 대답하는 것이 진정한 집중이다. 당신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나는 나 자신이 했던 것만큼이나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1000개의 생각에 ‘노’라고 대답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그의 책 ‘안티프래질’(와이즈베리, 2013, 470p)에서 소개한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아이폰에 대해 남이 추천한 좋은 기능(yes)들만 모아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잡스를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많은 추천 중에서 아닌 것(no)을 제거해감으로써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가 된 게 아이폰이라고 생각한다면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는 데 조금 더 가까인 간 사람이다.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잡스의 생각에 공감한 사람처럼 보인다. 사업 아이템이나 회사 이름을 짓는 것이나 예외적이다. 트레바리는 순우리말이다. ‘이유 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어감이 좋지 않다. 전통적으로 그러한 행위는 사람들에 호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이 왜 하필 트레바리일까
보통은 ‘no’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yes'라고 대답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게 더 기분이 좋기도 하려니와 긍정적인 마인드를 공유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겠다. 이유도 없이 ‘no’라고 말하면 싫고 불쾌해질 수도 있다.
윤 대표는 왜 이런 어감의 말을 회사 이름으로 지었을까.
“우리 사회에는 ‘no’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무엇엔가 휩쓸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가지면서 지적으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요. 모두가 맞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호기심 많은 사람요.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간다고 믿는 것이죠. 트레바리가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죠. 또 그 말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상호로서도 매력적이라고 봤어요. 우리 사업이 잘 될 경우 그 말에 대한 우리 지분이 더 커지니까요.”
세월이 흐르면 말의 의미는 바뀔 수 있다. 양반이나 놈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달리 자유는 처음에는 ‘제 멋대로 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으나 지금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트레바리 또한 처음 어감과는 달리 나중에는 ‘혁신가’와 비슷한 말로 쓰이게 될지 누구 알겠는가.
그때가 되면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트집 잡는 데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게 아니라 단지 그 순간에 그 이유가 보이지 않았거나 설명될 수 없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no’라고 해야 할 이유는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도처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수백 번 ‘yes'라 답하다 결국 크게 실패한 뒤에야 이유가 보인다는 사실을.
■커뮤니티가 어떻게 상품이 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알겠지만 트레바리는 독서 모임 중심의 커뮤니티 서비스다. 궁금한 것은 어떻게 커뮤니티를 상품으로 생각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커뮤니티는 공동체를 뜻하는 영어 단어다. 공동체는 돈을 주고 사고파는 상품이라기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더 가깝다. 친구 모임이나 취미를 같이 하는 동호회나 지역사회에서 뜻을 같이 하는 봉사 모임이나 사고파는 상품은 아니지 않겠는가.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을 모을 목적으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광고 등의 수익모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상품으로 만든 건 드물었었다.
“결핍(혹은 필요)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상품이 존재할 수 있을 듯해요. 어려서부터 독서모임을 했고, 이를 좋아했는데, 모임을 찾기 어렵고 찾는다 해도 오래 지속되지 못했어요. 너무 아쉬웠죠. 따져보니 모임을 운영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죠. 누군가 희생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죠. 그 곳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봤죠. 귀찮은 일은 회사가 하고 회원들은 즐기기만 하면 되니까요.”
■“팔리면 팔릴수록 세상에 도움이 되는 걸 팔고 싶어요”
상품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모든 상품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생산 시스템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시스템은 유지하는 것만도 버거워 결핍(혹은 필요)을 채움으로써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따위의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진다. 그렇잖고 어떻게 유해 물질들과 식품이 범람하겠나.
윤 대표는 그런 와중에도 팔리면 팔릴수록 세상에 도움이 되는 상품도 있다고 믿는다. 그 아이템 중 하나가 독서모임이다. 트레바리의 미션은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이다. 독서 모임을 통해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을 배움에 대한 욕구와 연결(외로움 탈피)에 대한 열망을 채워주고자 한다.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성장해야 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돼야 합니다. 그래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지요. 개인의 삶이 더 나아지면 사회도 더 전진할 것이구요. 우리는 이 모든 과정에 책을 매개로 하려 하지요. 다른 사람과 같이 책을 통해 읽고 쓰며 대화하는 즐거움을 갖는 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죠.”
■“시즌마다 3~4백 개의 클럽이 만들어져요”
트레바리에서는 독서모임을 클럽이라고 부른다. 클럽은 보통 4개월을 한 시즌으로 해 운영된다. 4개월은 대학에서 방학을 뺀 한 학기의 기간이라 할 수 있다. 트레바리에서 1년이면 3개의 시즌이 돌아가는 셈이다.
“시즌마다 3~4백 개의 클럽이 만들어집니다. 개인은 본인의 관심사나 취향 그리고 세계관 등을 고려해 클럽을 골라 신청하고 활동하게 됩니다. 보통 한 클럽은 10~20명으로 구성되죠. 클럽마다 운영형태는 다양하구요. 전문가나 교수 또는 연예인 같은 유명인을 클럽장으로 삼는 경우도 있고, 클럽장 없이 파트너(일반인이면서 모임의 주도자)가 꾸려가는 경우도 있구요. 아주 다양한 클럽이 존재하죠.”
클럽에서는 각자 정해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뒤에 트레바리가 ‘아지트’라고 부른 곳에 모여 토론과 대화를 한다. 아지트는 트레바리가 서울 강남역과 안국역 근처에 마련한 클럽 멤버들을 위한 모임 장소다. 10~20여명이 토론하기 좋게 방이 나뉘어져 있고 중앙엔 도너츠를 길게 누른 모양의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벽에는 더 좋은 태도로 대화하는 방식에 관한 다양한 경구들이 적혀 있다.
■“포털 다음의 경영자가 되고 싶었던 때가 있어요”
윤 대표는 2014년 1월 포털 다음에 입사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인지 다음에 들어갈 때부터 경영자가 되고 싶었다. 다음이 전문경영인체제였기 때문에 실제로 대표이사가 될 수도 있었다. 이 길을 접은 것은 다음이 카카오에 인수되면서다. 윤 대표는 1년 만에 다음으로 입사해 카카오에서 퇴사했다.
카카오의 다음 인수는 윤 대표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중에 시대에 밝지 못하면 큰 기업이 작은 기업에 먹힌다는 생각도 있다. 조직만 그런 게 아니라 개별 인생도 그렇다. 시대의 변화를 읽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성장시키지 않으면 파도를 잘 타는 서퍼가 되기는커녕 집채 같은 파도에 묻혀버릴 수 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그 사건은 윤 대표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트레바리가 되게 했다.
한때 취업준비생들한테 들어가고 싶은 회사 1위였던 기업에 다니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과감하게 ‘no'라고 대답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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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신이 생각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그 길을 내고 있다. 팔리면 팔릴수록 세상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 윤 대표는 독서 모임 커뮤니티야말로 그런 의미 있는 상품이라고 믿고 있다. 독서 모임 커뮤니티는 어쩌면 ‘no'라 대답하는 사람을 자라나게 하는 트레바리들의 아고라다.
덧붙이는 말씀: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공간중개 플랫폼인 스위트스팟의 김정수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