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GHz 주파수를 다시 공급하는 계획이 공고됐다. 망 구축 의무를 지키지 않아 주파수 할당이 취소된 통신 3사에는 주파수 할당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했다. 3년 동안 신규사업자 전용으로만 쓸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통신시장의 과점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앞서 내놓은 ‘5G 신규사업자 진입 지원방안’과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에 따른 조치다. 특히 “전파정책자문회의에서 주파수 할당정책이 과도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정부의 기대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통신 3사 내에서는 마땅한 도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제4이통에 도전 의지를 내비친 이들은 수익모델 없이 막대한 투자만 강요하면서 2.3GHz와 같은 중저대역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할당계획이 공고되기 이전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일이다. 할당계획안이 발표되는 공청회에서 제4이통 출사표를 던진 미래모바일의 이경수 상임고문은 “주파수를 빼앗긴 통신 3사에도 28GHz를 공급할 의지는 없냐”고 되물었다. 5G와 LTE 서비스로 수익을 담보하는 회사들도 투자를 포기한 주파수 대역을 신규사업자가 해낼 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28GHz 투자를 냉철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정부는 해외 투자 사례도 관찰되고 있다고 하지만, 올해 초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현장에서 초고주파 대역을 활용한 서비스 모델을 내세운 회사는 찾기 어려웠다. 여러 특화망(이음5G) 사업자가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4.7GHz 대역을 택하고 있다.
당장 주파수를 빼앗긴 통신 3사도 서비스 모델은 만들었지만, 기업에 필요한 수익화에는 실패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300개의 핫스팟 구축에 3천억원이 소요된다고 추정한 가운데 이보다 훨씬 비싼 할당대가를 쓴 통신 3사가 하나같이 투자를 포기한 대역이다. 당장 마땅한 28GHz 단말조차 시장에서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거듭된 논의와 고민 끝에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포함해 28GHz 공급계획을 내놨음에도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위한 정책 방향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특히 28GHz 투자성과를 확인한 뒤에야 중저대역 주파수 공급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오히려 제4이통을 준비하는 사업자에게는 허들로 읽힌다. 사실상 땅을 파서 돈을 벌어오면 통신비 인하 경쟁에 뛰어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는 정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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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까지 주파수 할당 신청 일정을 미뤄둔 만큼 정부에게 경쟁정책 방침을 고민할 시간은 마련돼 있다. 신규사업자에 도전하는 이들의 준비도 더욱 단단해져야 할 시간이다.
초유의 주파수 할당취소 이후 일어난 갖가지 고민 끝에 통신 시장의 경쟁촉진 정책이 이 수준에서 끊기면 정부의 제4이통의 진입장벽 완화는 물론 28GHz 활성화 의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