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징둥팡)가 국내 차세대 전력반도체 인력을 스카웃하기 위해 고액의 인센티브를 제안하고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이 회사는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로 익히 알려져 있으나, 자회사 등을 통해 SiC(탄화규소)·GaN(질화갈륨)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BOE가 이전에도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에서 인력을 다수 흡수해 온 만큼,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에서도 인력 방어 대책이 절실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지디넷코리아 취재에 따르면 최근 BOE는 국내 복수의 SiC·GaN 개발 인력에 이직 제의를 위한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서 GaN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임원 A씨는 "2~3주 전 메일을 통해 BOE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며 "10명 내외로 관련 인력을 구성해 중국으로 함께 올 경우 더 큰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 SiC 소재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는 B씨도 "비슷한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며 "BOE가 차세대 전력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CVD(화학기상증착) 엔지니어를 국내에서 섭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SiC·GaN은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다. 기존 실리콘 소재 대비 고온·고전압 내구성이 높고, 전력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통신 등 여러 산업에서 쓰이고 있으며, SiC의 경우 반도체 전공정용 부품으로도 활용된다.
BOE는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자회사 등을 통해 SiC, GaN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2021년에는 화찬세미텍(华灿光电)의 최대 주주로도 올라서기도 했다. 화찬세미텍은 LED 웨이퍼 및 반도체, GaN 전력반도체 등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업체다.
통상적으로 LED 웨이퍼는 MOCVD(유기금속화학증착) 장비를 통해 실리콘 위에 GaN 등을 성장시켜서 만든다. SiC·GaN 웨이퍼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두 사업 간 엔지니어나 설비 등을 혼용해서 사용하기가 용이하다.
실제로 중국 화안증권이 지난해 5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3세대반도체(SiC·GaN 등을 이르는 말) 소자 특허 출원 상위 10대 기관 중 BOE는 신청 648건, 등록 362건으로 5위를 기록했다.
BOE 등 중국 기업의 국내 SiC, GaN R&D 인력 빼돌리기 시도가 지속될 경우 미래 국내 반도체 시장의 경쟁력과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 DB하이텍, SK하이닉스 자회사 키파운드리 등은 SiC·GaN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목표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이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인력을 빼가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며 "특히 전력반도체 분야는 중국이 가장 강력하게 힘을 키우는 분야로, 최근 갈륨 등의 수출 통제를 선언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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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BOE는 그동안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와도 인력, 기술 유출 등의 문제로 갈등을 일으켜왔다. 지난해 6월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국내 인력 100명 이상이 BOE로 넘어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달 초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BOE를 상대로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아이폰 12 이후 사용된 모든 OLED 디스플레이 특허 4종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