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지디넷코리아 이한얼 기자)
"평생을 고리원전과 함께한 저는 고리 1호기가 해체된다는 게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에너지가 정치 공방의 수단이 된 지금. 이와는 별개로 에너지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살아온 이들이 있다. 고리원전본부 사람들 얘기다. 지난 12일 기자가 방문한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효암리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본부는 울뚝 솟은 원전과 드넓은 대지에 얽혀있는 파이프라인으로 대단지의 위용을 갖추고 있었다.
그간 정쟁의 대상이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작업자들은 찌는 듯한 폭염에도 보호 장구를 겹겹이 착용한 채 분투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원전은 국가전력을 담당할 기저 전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현재 영구정지한 고리 1호기를 비롯해 계속 운전으로 가닥이 잡힌 고리 2·3·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 최초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지난 1977년 최초 임계를 시작으로 2017년 영구정지 했다. 현재 최종 해체 계획서 인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해체 인허가 심사가 결정되면 40년이 넘게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해온 고리 1호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고리 1호기가 해체된 부지엔 일반 산업시설 용도로 활용될 전망이다.
지난 1986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오늘날 한국수자력공사로 분사되기까지 근 40년을 원전과 함께한 모상영 고리 2호기 발전소장에게 고리원전은 곧 자신의 삶 자체였다.
고리 1호기는 해체를 코 앞에 둔 시점. 모 소장은 한국 원전의 안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현재는 원전이 정치적 화두가 돼 찬반양론이 팽팽하지만 기저전원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원전 뿐이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 국내 원전 업계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이같은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삼엄한 보안과 안전절차를 엄격하게 준수 중이다.
실제 고리원자력본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신원조회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소지품 검사 등 절차도 상당히 까다롭다. 기자는 이날 계속운전이 결정된 고리 2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를 방문했다. 방호가운, 모자, 장갑과 양말로 신체 노출을 최소화 한 채 입장했지만 꺼림칙한 기분은 억누루지 못했다. 기자의 우려가 기우임을 알게되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TLD와 ADR이라는 방사선측정기를 패용한 채 입장했고 시찰을 마친 후 오염검사를 시행했지만 방사능 수치는 0이었다. 수조엔 푸른 빛의 물이 차폐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해당 저장조는 가로 16.7M, 세로 7.9M, 높이 12.75M 깊이의 수조에 보관된다. 지난 40년간 사용한 연료 869다발이 보관돼 있다. 현재 고리 2호기의 저장조는 90%가 넘는 수준으로 포화된 상태다. 한수원은 2032년을 포화시점으로 잡고 부지 내에 임시 저장시설인 건식저장시설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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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리 2호기 지난 1983년 4월 9일 임계를 시작해 올해 4월 8일 운전허가기간인 40년을 채워 일시 정지 중이다. 한수원 측은 계속운전을 위해 원안위에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했고 주민의견을 수렴한 공청회도 시행했다. 최종적으로 지난 3월 30일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송은균 한수원 차장은 "결과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잠정적으로 계속운전이 허용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허가가 이뤄질 경우 2033년 4월 7일까지 10년간 운전 기간이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