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최근 전파 대신 적외선을 쓰는 고속 광통신 기술 '라이파이'(LiFi)를 국제 광통신 표준(802.11bb)으로 지정했다.
라이파이는 2011년 영국 에든버러대 해럴드 하스 교수가 처음 제안한 기술로 전파 대신 적외선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해럴드 하스 교수가 창업한 퓨어라이파이 등 업체와 독일 프라운호퍼 하인리히 헤르츠 연구소(HHI) 등이 이를 연구해 왔다.
라이파이는 직진하는 적외선을 이용하는 특성상 와이파이나 5G 등 기존 통신 기술 대비 보안성이 뛰어나다. 무선으로 영상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해야 하는 AR/VR 기기, 공간 제약이 있는 공장 등에서 와이파이 보완재로 쓰일 전망이다.
■ 초당 1억 번 적외선 끄고 켜며 데이터 전송
디지털 데이터 전송은 0과 1을 기본으로 작동한다. 라이파이 기술은 적외선을 켰을 때 '1', 적외선이 꺼졌을 때를 '0'으로 지정하고 적외선을 초당 1억 번 가량 끄고 켜면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현재 라이파이 기술의 이론상 최대 속도는 224Gbps(28GB/s)다. 60GHz 주파수 대역을 쓰는 근거리 통신인 와이기그(초댱 7GB), 6GHz를 쓰는 와이파이7(초당 3.7GB) 대비 네 배 이상 빠르다.
와이파이를 이용한 유무선공유기는 전파 도달거리 때문에 설치 위치에 일정한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라이파이 송신기를 내장한 LED 조명을 사무실 천장 등에 설치하면 바로 아래 있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적외선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 기존 와이파이 대비 전파 간섭·보안에 강점
라이파이 기술은 기존 와이파이와 5G 등 전파를 이용한 데이터 전송 기술 대비 전파 간섭과 보안에서 강점을 지녔다.
기존 와이파이 기술이 이용하는 2.4GHz/5GHz 대역은 국제적으로 'ISM 대역'(ISM Band)으로 불린다. 이 주파수는 와이파이 뿐만 아니라 산업·의료·과학용 장비가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속도 저하 등 혼선을 빚는 경우가 많다.
또 와이파이는 집이나 사무실 외부로 빠져나오는 전파를 수신해 엿들을 수 있지만 라이파이 기술은 내부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데이터가 전송되기 때문에 그 공간을 벗어나면 데이터 전송이 불가능하다.
■ 삼성전자·ETRI·퓨어라이파이 등 특허 다수 보유
현재 라이파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곳은 화웨이와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프라운호퍼 HHI 등이다. ETRI는 지난 2015년 LED 조명을 이용한 라이파이 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라이파이 관련 특허 100여 건 이상을 보유했다.
그러나 라이파이 기술을 가장 먼저 제안한 해럴드 하스 교수가 재직중인 퓨어라이파이가 가장 앞선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는 적외선 신호 송수신기인 '라이트 안테나 원' 시제품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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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파이 기술이 국제 광통신 표준으로 지정되며 이를 활용하는 제품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라이파이 기술은 와이파이와 5G처럼 넓은 공간에 데이터를 전송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녔다.
이 때문에 전파 간섭으로 의료기기 등이 오동작할 우려가 있는 병원, 넓은 면적으로 다양한 기기들이 작동하는 공장, 무선 연결이 필요한 AR/VR 헤드셋 등에서 와이파이와 5G를 보완하는 형태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