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은 미디어 산업에 있어, 제작 과정을 간소화할 뿐만 아니라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불법 유통을 사전에 막아주는 효율성까지 가져다주고 있다. 네이버웹툰 ‘툰레이더’를 통한 사전 방지 효과로, 불법 유통 근원지를 차단할 수도 있다.”
이건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12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기술이 만드는 콘텐츠의 미래’ 세미나에서 네이버웹툰 저작권 보호기술인 툰레이더 정량 성과를 공개하며 이렇게 밝혔다.
툰레이더는 네이버웹툰이 2017년부터 국내외 불법 복제물 추적에 활용하고 있는 자체 저작권 보호 기술이다. 이건웅 교수팀은 네이버웹툰과 타 플랫폼에 연재된 총 735개 작품을 대상으로 재작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정식 사이트에 올라온 날짜와 불법 사이트 게재 일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툰레이더가 적용된 네이버웹툰이 다른 서비스 대비 약 25일 불법 유통을 지연하는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대개 ‘미리보기’로 제공하는 최신 유료 회차는 시간이 지나 무료로 전환된다. 때문에 불법으로 웹툰이 공유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춰 피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이미 공유된 작품을 발견한 뒤 콘텐츠를 차단하는 사후 방식보다는, 최신 회차를 볼 수 있는 시기를 최대한 지연시켜 이용자들이 불법 사이트를 방문할 요인을 사전에 없애는 것이 툰레이더 특징점이다.
이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불법 유통 사이트에 올라온 회차와 정식 사이트에 올라온 회차를 비교 분석한 결과 최신 회차가 즉시 불법 유통되는 작품 비율이 네이버웹툰은 16.3%, 다른 플랫폼 A사는 83.6%, B사는 68.3%로 집계됐다.
네이버웹툰 불법 유통 작품 비율이 타사 대비 확연히 낮았다. 가령 A·B사 웹툰이 유통 즉시 바로 불법사이트에 게재된다면, 네이버웹툰의 경우 정식 연재와 불법 사이트 업로드 속도에 약 4회차 정도 차이가 벌어진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이미지 인식, 머신·딥러닝 등 AI 기술을 콘텐츠 저작권 보호에 접목한 네이버웹툰이 타사 대비 탁월한 불법 유통 사전 방지 역량이 있음을 이번 실증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며 “이런 방식으로 지식재산권을 보호해, 불법 유통이나 무단 도용에 대한 우려를 낮춰 건전한 웹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의 AI 활용 사례를 긍정적으로 봤다. 최보름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불법 유통을 사후 차단하는 것도 콘텐츠 보호 측면에서 대단한 일이며 값진 성과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사전 차단”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일단 유통되면 콘텐츠가 삽시간 퍼지게 되는데, 불법 사이트에 게재되기 전 막는다는 점에서 네이버웹툰이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단순 작업을 AI로 대체하고, 고차원적인 업무에 무게를 둔다면 창작자 편의성 제고와 함께 여러 콘텐츠가 만들어져 국내 플랫폼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AI 활용에 대한 이용자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다며 “AI 활용성을 놓고 자꾸 규제 쪽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엔터테인먼트·콘텐츠 산업이 커나가고 있는 만큼 우리가 콘텐츠 생산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인 동국대 교수는 "대부분 기업 내 연구 과정에서 95% 이상이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미디어 제작 관련 저널 등에서도 AI를 섞지 않고 나온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유는 성능이 좋고, 간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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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센터장은 "AI 기술로 머릿 속 상상하던 일들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면서 "시간, 비용 절감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등 앞으로 콘텐츠 산업에 폭발력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