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AI 관련 상표권 '바르코'를 출원하며 게임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 분야로 영역 확장을 준비한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바르코(VARCO)', '엔씨바르코(NCVARCO)'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해당 상표권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해당 상표권이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AI 기반 거대언어모델(LLM)의 명칭이거나 AI 관련 서비스 브랜드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바르코는 엔씨소프트 AI센터 산하 '비전 AI랩'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에 출전했을 당시 사용한 이름이어서 이런 기대를 더욱 높인다.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상표권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씨소프트의 AI 서비스 개시가 눈앞에 다가온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바르코' 상표권 등록에 앞서 '차량용 AI 뉴스 솔루션' 개발을 위한 MOU 체결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차량용 AI 뉴스 솔루션'은 운전자가 차량을 운전하면서도 관심 있는 뉴스만 요약해 들을 수 있도록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를 AI가 가공해 즉시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다.
엔씨소프트는 해당 서비스에 자체 개발 중인 LLM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LLM이 이용자 대상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바르코' 상표권 등록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씨소프트가 LLM을 어느 분야에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대화 또는 기타 자연 언어 입력에 대해 인간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하는 LLM의 특성과 엔씨소프트가 그 동안 선보인 여러 서비스 및 프로젝트가 어우러져 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리니지 속 NPC가 사람처럼 이용자와 대화를 한다면?"
"겉모습 뿐만 아니라 실제 생각까지 흡사한 디지털휴먼이 존재한다면?"
엔씨소프트가 적용할 AI는 이런 호기심을 해소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한 MMORPG 개발자는 "게임 기획과 개발 기술은 계속 발전했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 하나가 게임 내 생동감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점이다. 게임 속 세계가 정해진 스크립트대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이용자의 게임 몰입이 크게 저하된다"라며 "AI를 통해 이런 생동감을 부여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가 가장 잘 개발하는 장르인 MMORPG에 생동감이 부여되는 순간 이용자 경험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의 LLM과 어우러져 더 큰 시너지를 낼 또 다른 분야는 디지털휴먼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23에서 디지털휴먼 기술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M을 소개하는 트레일러 영상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모습을 한 디지털휴먼을 공개했다. 이 디지털휴먼은 엔씨소프트 아트, 그래픽 등 비주얼 역량에 특정인의 감정과 말투까지 구현하는 TTS(Text to Speech), 실제 입모양과 표정을 구현하는 보이스투페이스 등의 AI 기술이 더해진 기술 집약체다.
여기에 언어를 학습하고 매 상황에 맞춰 인간과 유사한 답변을 내놓는 AI 기술인 LLM은 실제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한 디지털휴먼의 뇌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바르코' 상표권 등록을 통해 엔씨소프트가 게임 부문을 넘어 AI 기술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약 12년간 AI 연구를 진행하며 기술력을 축적한 엔씨소프트가 자신들의 AI 기술을 업계와 학계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선보일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게임업계는 엔씨소프트가 자사 서비스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물론 외부 기업과 LLM 기술 제휴, AI API 라이선스 판매 등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며 게임으로 B2C 분야, AI로 B2B 분야를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 AI 센터를 이끈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윤 사장은 300명이 넘는 연구인력, 지난 3년간 투자 비용만 약 1조3천 억에 달하는 거대 개발조직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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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IT에서 컴퓨터 신경과학 뇌·인지과학 전공 박사과정을 거친 윤송이 사장은 AI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드러냈다. 2011년 2월 엔씨소프트에서 AI 태스크포스를 출범하고 2015년에는 자연어처리 팀을 신설해 AI 연구 영역을 확대한 것은 윤송이 사장의 이런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그간 행보를 살펴보면 AI를 게임 홍보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그 원천기술 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라며 "AI 기술 개발에는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성과가 바로 나올 수 없는 분야임에도 꾸준히 이를 진행할 수 있던 것은 경영진의 결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