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건보공단 ‘국민참여 토론방’, 민원 신청 창구로 전락

4건 중 1건이 자격득실확인 요청…토론 주제와 상관없는 내용이 30% 이상

헬스케어입력 :2023/07/07 05:00    수정: 2023/07/07 13:30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국민토론방이 의견수렴 보다는 민원창구로 전락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은 지난 5월 ‘공단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을 위한 국민의견 수렴’ 토론을 진행했는데 121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경품은 60명을 선정해 모바일 상품권 1만원을 제공했다.

문제는 의견으로 등록된 글의 30% 이상이 주제와 다른 내용이거나 민원 요청이라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주 본사

5월2일 가장 처음 등록된 글부터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발급 부탁드립니다'(이*지)로, 내용 역시 제목과 같은 민원 요청이고, 개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메일 주소가 포함돼 있었다.

등록된 전체 글을 확인해 보니 자격득실확인서 요청 글이 36건으로 전체 의견의 4분의 1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짜별로는 2일 3건, 8일 2건, 9일 1건, 11일 1건, 12일 1건, 14일 1건, 15일 1건, 16일 4건, 17일 3건, 18일 1건, 19일 3건, 22일 1건, 23일 2건, 24일 3건, 26일 2건, 27일 1건,  30일 4건, 31일 2건 등 매일 자격득실확인 요청 민원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외에도 사업장가입자별부과내역 요청, 국민건강보험 체납관련 은행압류 사용자 알림 등 민원 요청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과 전혀 관련없는 글도 등록돼 있었다.

더욱이 토론 주제에 맞는 제언(의견)들의 조회수가 30~40회인데 반해, 자격득실확인 요청 글은 대부분 1천회 이상 많은 글은 1만5천회에 달하기도 했다.

건보공단 국민토론방에서 주제와 상관 없는 서류발급 요청글이 우수 토론 의견으로 선정됐다(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캡처)

뿐만 아니라 토론결과의 '우수 토론 의견'으로 '은행제출용 서류발급 요청건(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작성자=경*,  2023.05.09)이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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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용은 토론 주제에 대한 의견이 아닌 '은행 제출용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 메일로 부탁드립니다'의 내용과 개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메일 주소가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이 이번 토론 주제에만 해당하는지 앞선 토론 몇 건도 확인해봤다. 지난 4월 진행된 ‘공단 대표홈페이지 개편(리뉴얼)을 위한 국민의견 수렴’, 지난해 11월 진행된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의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수렴에서도 5월 토론처럼 많지는 않지만 건강보험 민원 요청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