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위기 속 빛났다…LFP 경쟁은 '현재진행형'

[상반기 결산] IRA 수혜·동맹관계 재정립...실적 상승 속 막대한 재원 조달 숙제

디지털경제입력 :2023/06/29 10:58    수정: 2023/06/29 13:32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해 완성차 업체와 전통적 동맹관계의 변화라는 폭풍우를 겪은 'K배터리'가 상반기 파고를 넘고 순항할 채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1분기 실적 선방을 이뤄낸 데다 북미에서 공격적 배터리 공장 증설이 시작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이 우회적으로 북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어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또한 완성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군침을 흘리고 있어 K배터리 업체들의 제품 라인업 대응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실적 성장 속에서도 매년 조(兆)단위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K배터리 기업으로서는 막대한 재원을 적기에 차질없이 조달해야 하는 고민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북미 이외에 떠 오르는 유럽(EU)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법 관련 정책과 중국 기업과의 경쟁환경 변화도 예의주시된다.

■ 완성차와 동맹 구도 재정립…글로벌 경기침체 속 1분기 실적 '쾌거'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국내 배터리 업계의 동맹관계에 변화 조짐을 보인 것은 지난 1월 SK온과 포드의 튀르키예의 합작 결렬설이 나도면서다. 당초 SK온과 포드, 튀르키예 기업 코치는 현지에 3자 합작 공장 업무협약(MOU)를 맺고 논의를 이어간 바 있다.

하지만 양사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초 계획에서 최종 결렬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사이 해외 공장 증설에 경험이 많은 LG에너지솔루션이 양사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현재까지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튀르키예 현지 공장 합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공장 조감도 (사진=포드)

삼성SDI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배터리 공장을 미국 현지에 건립하기로 했다. 당초 SK온-포드, LG에너지솔루션-GM, 삼성SDI-스텔란티스라는 전통적 동맹관계가 흔들리면서 물고 물리는 이합집산이 시작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공급사를 다변화 해 가격 경쟁을 높이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 긴장 관계가 형성됐지만 이와는 별개로 'K배터리' 실적은 빛났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3사의 1분기 매출 총합은 약 17조4천72억원.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이뤄낸 성과기도 하다. 전통적인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업계가 불황을 겪은 반면 나홀로 분투하며 성과를 올렸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5개 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기록한 데 더해 전년 동기 대비 144.6% 늘어난 영업이익(6천33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배터리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삼성SDI 역시 3분기 연속 매출 5조원을 넘어섰고 1분기 기준 역대 최다 매출(5조3천548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은 같은 기간 적자폭이 늘어났지만 분기 기준 최다 매출(3조3천53억원)을 시현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 우려했던 'IRA'...일단 한숨 돌렸다

그 사이 IRA 세부조항도 발표됐다. 애초 우려했던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서 한 발 유보된 세부조항이 발표된 것이다.

우선 양극재와 음극재는 핵심광물로 분류돼 국내 업계는 한시름 놓게 됐다. 특히 핵심광물의 경우 미국과 비 우호국에서 조달받더라도 추출 또는 가공 중 한 과정에서만 50% 이상을 미국 및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창출하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는 것도 호재다.

2023년 4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호텔에서 열린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이 참석하고, 반도체, 공급망,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협력을 논의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IRA상 해외우려기관(FEOC)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여기에 해당되면 국내 업계로서는 장기적으로는 결국 중국 위주의 공급망에서 탈피해야하는 숙제도 덤으로 안게 됐다.

미주 시장 확장의 변수로 불리던 IRA 문제가 어느 정도 매듭을 짓자 효과는 즉시 반영됐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부터 1천3억원의 세액 공제(AMPC) 예상 금액을 손익에 포함했다. SK온 역시 올해 안에 AMPC 혜택 분을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 공세적 미주 확장 전략 속 CATL과 LFP 경쟁 

동맹 구도의 변화로 시작됐던 국내 배터리 업계는 현재 공격적 증설로 미주 시장 확대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총 7조2천억원을 투자해 신규 원통형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국내 단독 기업의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삼각 동맹을 맺고 각각 5조7천억원, 6조5천억원을 투자해 조지아주에 합작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최근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 부지를 인디애나주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증설 작업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공장 지도(이미지=LG에너지솔루션)

공격적인 미주 투자 확대로 최근 막대한 재원조달이 업계의 화두가 된 상황이다. SK온은 지난 1년간 10조7천7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조달 받으며 활로를 뚫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2조원대 차입도 이뤄질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5천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수요 예측만 목표액의 10배인 4조7천억원이 몰렸다.

한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중심축이 LFP배터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주에 LFP 공장을 짓기로 한 결정은 이같은 흐름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SK온은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 행사에서 LFP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며 LFP 시장 참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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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ATL은 포드와 기술합작 방식으로 미주에 공장을 증설키로 했고 테슬라와도 합작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포드, 폭스바겐 역시 LFP 배터리 채택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저가형 배터리라는 수식어도 사실상 폐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다년간 LFP배터리 기술력을 쌓아온 CATL과 경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FP배터리의 경우 치명적인 단점인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인데 국내 3사의 경우 CATL과 동일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