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롱테일 소상공인과 함께 부자 되고 싶어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창업이 어려운 까닭은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시작하자마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이미 알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시행착오를 통해 모르던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더 많다. 그 점에서 멘토는 어쩌면 ‘선행된 시행착오’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누적 기준으로 약 100만 개의 통신판매업자가 있다. 이들의 사업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매출 규모가 월 100만 원 이하인 개인 사업자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하다. 또 소리 소문 없이 폐업하는 사업자도 많다. 겉만 보고 간단하게 생각해 시작했지만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 포기하는 것이다.
이진욱 브리치 대표는 스스로 “통신판매업자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통신판매업자들이 시행착오를 줄여 사업을 지속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들과 함께 부자가 되고자(be rich) 한다.
브리치라는 회사명에는 그 뜻이 담겨 있다.
■주역 64괘만큼 난해한 통신판매업자 to do list
주역(周易)은 유학 오경(五經) 가운데 하나다. 만상(萬象)을 음양(陰陽) 이원으로 설명하고 그 으뜸을 태극(太極)으로 하여 64괘(六十四卦)를 만들었다. 이 64괘를 통해 세상만사를 해석한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가 여기서 비롯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64괘를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원 모양으로 둥글게 배치된 64괘의 비의(秘儀)를 깨치기 위해 시도하다 복잡한 해제에 막혀 두 손 든 사람이 많을 거다.
이 대표를 인터뷰하던 도중 통신판매업을 이해시키기 위해 그가 보여준 ‘to do list’는 원으로 배치된 주역 64괘를 연상케 했다. 음양의 태극은 ‘마케팅’과 ‘세일즈’였고, 마케팅은 다시 ‘바이럴’ ‘브랜딩’ ‘퍼포먼스’로 나뉘고, 세일즈는 ‘자사몰’ ‘국내마켓’ ‘해외마켓’으로 나뉜다. 이중 바이럴을 제외한 5개 항목에는 각각 8개의 ‘to do list’가 있고, 바이럴에는 5개의 리스트가 있다. 모두 합해서 45개.
이 ‘to do list’는 이 대표가 고안한 것이다.
■왜 이 복잡한 ‘to do list'가 필요한가
통신판매업은 오프라인 매장을 갖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초기 창업비용이 저렴해 개인사업자가 비교적 부담 없이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해야 할 일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어디서 이름을 들어봄직한 커머스 플랫폼만 400개가 넘어요. 시장이 압도적 리더 없이 파편화돼 있는 거죠. 가장 큰 플랫폼인 네이버와 쿠팡을 합쳐봐야 31%인데 미국은 아마존 혼자 41%를 차지하지요. 국내 통신판매업자가 사업을 시작하면 일단 커머스 플랫폼에 올라타야 하는데 시장이 파편화돼 있다 보니 그 일이 쉽지 않은 거죠. 더 많이 노출돼야 더 많이 팔 수 있는데 더 많이 노출시키는 일이 어려워요. 커머스 플랫폼마다 모두 특징이 다르기도 하구요.”
400개의 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대규모 트래픽을 가진 곳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통신판매업자라면 최소한 20개의 커머스 플랫폼에 자신의 상품을 뿌리고자 한다. 이를 업계에서는 멀티 호밍(multi homing)이라 한다.
하지만 멀티호밍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to do list'를 ’비플로우’에 구현하다
이 대표의 ‘to do list'는 멀티호밍을 위한 지도나 설계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 쇼핑몰 통합 판매 솔루션인 ‘비플로우(bflow)'다. 비플로우는 멀티호밍을 위한 대부분의 작업을 지원해준다.
“규모가 큰 사업자라면 모르지만 작은 사업자의 경우 상품등록, 가격관리, 주문처리, 고객서비스 등 판매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마켓별로 각각 처리하는 게 쉽지 않죠. 인력과 노하우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마켓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파악해 대응하려면 적지 않은 업력까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플로우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 대표는 비플로우 특징으로 △원하는 마켓을 골라 한 번에 입점하게 해주며 △상품 등록부터 주문과 정산까지 통합 관리해주고 △민원 등에 대한 고객서비스도 통합 관리 할 수 있는데다 △대형 마켓과의 우호적 관계를 통해 상품 특성에 맞춰 다양한 노출 구좌를 확보하고 프로모션 하는 등의 기능을 꼽았다.
■“1만개 사업자를 돌파했습니다”
비플로우를 이용하는 통신판매업자는 현재 약 1만여 개다. 이 대표는 이를 3만개까지 늘리려한다. 또 이중 20%를 성공한 통신판매업자가 되게 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이는 월 매출 1억 원 이상 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판매업자(셀러)가 폐업을 하지 않고 사업을 지속하며 확대하기 위해서는 월 1천만 원의 매출을 넘기는 게 중요해보여요. 그때부터 탄력을 받을 수가 있지요. 우리는 셀러들 상황에 따라 초급 등급 상급 등 수준 단계별로, 그리고 사업 영역별로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해요. 100만 사업자 가운데 현재 셀러 툴을 사용하는 곳은 잘해야 5만이 안 됩니다. 확장될 여지가 많은 것이지요. 현재 온라인 마켓플랫폼 거래규모는 약 150조원 정도인데 향후 셀러 툴을 이용한 거래가 30조원은 될 겁니다.”
비플로우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겠다.
비플로우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1천억원이고 매출은 150억원이다. 올해는 거래액 1500억원에 매출 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 5월에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거래액과 매출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커머스 전문가가 선택한 ‘리테일 테크 서비스’
이진욱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이커머스 기업에서만 일한 온라인 마켓 전문가다. 첫 직장은 G마켓이었고, 큐텐 재팬과 위메프에서도 일했다. 직장 생활할 때도 소상공인들과 호흡을 맞춰 일하는 게 재밌었고 성과도 냈었다.
2014년 위메프 동료와 뜻이 맞아 공동 창업하게 됐다.
첫 아이템은 O2O(Online to Offline) 패션 커머스 ‘브리치’였다. 성과가 나쁘진 않았지만 2019년 피봇(Pivot.사업모델 전환)했다.
“익숙한 일이어서 창업을 했는데 하다 보니 또 다른 몰을 하나 더 만든 것 밖에는 의미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비플로우로 피봇한 거죠. 우리 업(業)을 해외에서는 ‘Retail tech service'라고 하죠. 마켓에서 일할 때 저의 흥미를 끈 분야죠. 마켓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는, 롱테일에 있는 스몰 사업자를 기술과 전략으로 지원하는 일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분야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에 들어간 곳이 없어요. 우리가 그 일을 해내고 싶어요. 또 하나의 몰을 만드는 것보다는 이 비즈니스가 ‘제로 투 원’이 제시하는 스타트업 정신에 더 어울린다고 보았던 거죠.”
‘제로 투 원’은 이 대표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일을 해서 ‘n분의 1’이 되기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독점적으로 성공한 기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비플로우는 이 책에 탄생한 셈이다.
◉“저는 롱테일 소상공인에 미쳐 있죠”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 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뭔가를 이룬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적당히 해도 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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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하는 사람들은 소비자에 미쳐야 하죠. 소비자가 왕이라는 말은 그 뜻일 테구요. 저는 그런데 소비자보다는 온라인 롱테일 소상공인에 미쳐 있어요. 그들이 성공할 수 있게 하는 게 저의 미션이라 생각하죠. 어쩌면 온라인 롱테일 소상공인이 소비자에게 미치게 하는 길을 찾는 데 미쳐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덧붙이는 말씀: 이진욱 브리치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브랜딩 솔루션 회사인 디렉터스컴퍼니의 신재혁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