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의 순수전용전기차(BEV) ‘RZ’와 7년 만에 완전변경으로 돌아온 ‘RX’. 렉서스코리아의 긴 침묵 끝에 판매량 1만대 재달성에 큰 힘을 더할 모델이다. 특히 RX는 하이브리드 명가인 렉서스답게 성능과 연비 모두 잡은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렉서스의 전동화 전환 상징인 RZ는 전기차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바꿀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특히 국내에서 렉서스의 브랜드 포지션은 애매한 편이다. 고급차 브랜드에 속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조금 약하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이번 RZ와 RX를 출시와 함께 11년만의 토요타 고위 인사인 렉서스 인터내셔널 사장의 방한은 렉서스가 이 두 모델에 얼마나 자신감이 있는지 엿볼 수 있다.
22일 강원도 인제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렉서스 미디어 시승회’에서 ‘RZ450e’와 ‘RX500h F 스포츠 퍼포먼스’를 주행해봤다. 이날 두 차량을 몰고 인제 도로를 달렸다. 특히 RX500h가 달린 구간에는 곳곳에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렉서스다운 주행감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시승 모델의 가격은 RZ450e 트림별로 수프림 8천480만원, 럭셔리 9천250만원이다. RX500h는 1억1천560만원이다.
인제 도로를 달린 첫번째 차량은 RX500h F 스포츠 퍼포먼스다. RX500h는 낮아진 무게중심과 앞으로 달려 나갈 듯 직선적인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스포츠 퍼포먼스라는 이름이 붙은 모델답게 가속패달을 밟으면 즉시 튀어 나갈 듯한 날카로운 인상은 마치 날이 잘 다듬어진 장인의 일본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완전변경 RX 전면에는 끊어짐 없는 심리스 타입 그릴이 탑재됐다. 이는 미래 전동화 렉서스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를 엿볼 수 있는 실마리 같았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흰색 모델이었는데, RX500h는 외장 5종, 내장 2종의 다양한 컬러 선택지를 제공한다.
RX500h의 문을 열고 시트에 앉으니 F 스포츠 퍼포먼스 전용 시트가 탑승자를 꽉 잡아줬다. 스포츠 시트지만 통풍시트 기능도 갖추고 있다. 내부에서 느낀 점은 렉서스다운 콕핏(자동차 조종 공간)이 어떤 것인지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는 것이다.
‘타즈나 콘셉트’. 렉서스가 내부를 소개할 때 강조하는 단어다. 단순히 활자로만 읽으면 전혀 와닿지 않는 말이다. 쉽게 볼 수 있는 단어가 아니기도 하고 일반 사람이 경험할 수 없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타즈나 콘셉트라는 단어는 승마에서 영감을 받은 말이다. 말고삐 하나로 말과 소통하듯 차량과 운전자가 일체감을 이루는 레이아웃 구성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마치 말을 조정하듯 운전대를 잡은 손을 제외한 한 손으로 쉽게 차를 조작할 수 있다. 14인치로 된 큰 화면에서 대부분의 차량 제어를 터치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직관적이면서도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어 운전자의 시야분산을 줄였다.
도로로 나선 RX500h는 GA-K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차체 강성강화와 경량화를 동시에 추구했다는 것이 렉서스의 설명이다. 무게중심이 낮아 어떤 도로에서도 바닥에 붙어 달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렉서스가 강조하는 다이렉트4도 한몫 더했다. 어떤 도로에서도 전후방 토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이 시스템은 인제의 구불구불한 도로에서도 감속 없이 직선으로 달리는 듯한 주행을 도와줬다.
하필 이날은 도로공사를 진행해 일부 도로가 비포장 상태였다. 울퉁불퉁한 도로에 돌멩이, 흙먼지가 가득했지만 렉서스의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은 노면의 상태에 따라 차량 자세 변화를 최소화했고 운전자가 흔들림을 느낄 새 없이 지나가게 보조했다. 기자는 이것이 바로 ‘렉서스다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RX500h F 스포츠 퍼포먼스의 제원상 연비는 복합연비 10km/L이다. 최대 출력은 371마력이다. 이날 주행으로 표시된 연비는 평균 8.8km/L로 에코모드 주행 시 더 적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에코모드로 주행했을 때 성능의 저하가 확 느껴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RX500h는 에코모드 상태에서도 일반 차량의 노멀모드의 주행감이 느껴졌다.
RX500h의 주행을 끝내고 RZ450e로 다른 방면의 인제도로를 달렸다. RZ450e는 렉서스 전동화 전환에 시작점을 기록한 상징적인 모델이다.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 RZ450e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의 외형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앞은 낮아 날렵하면서 뒤로 갈수록 높아진다. 또 후방 리어가 튀어나와 세단의 형상도 가졌다.
RZ450e는 전기차면서도 렉서스다운 주행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RZ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와타나베 사장도 점점 비슷해지는 전기차 시대에서 ‘렉서스다운 전기차’를 만들어 냈다고 공언했다.
RZ450e는 전기차인 만큼 엔진이 없으니, 엔진음이 없다. 여기에 외부 풍절음까지 막아낸 정숙한 드라이빙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주행 중 전기차 특유의 ‘윙-‘하는 소리 외엔 조용하다는 느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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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RZ450e는 ‘상징성’에 그친 모델일 수도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전동화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는 이미 하이브리드라는 전동화 전략을 가장 먼저 시작한 토요타에게 어울리지 않는 별칭이기 때문이다. RZ는 이런 점을 대변하는 모델로 그 상징을 더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이날 실제 주인공은 RX라는 느낌은 기자가 운전하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199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95개 국가 지역에 362만대가 판매된 렉서스 RX의 저력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렉서스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속에 가려진 5세대 완전변경 RX의 위력이 한층 돋보이길 기대한다.
총평: RZ는 전동화 후발주자로서 상징성 갖춘 모델...실제 주인공은 R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