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시대를 묻다] "양자 전략적 중요성···지속 연구 통한 자체 기술력 필요"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① 이순칠 국가양자 PM

과학입력 :2023/06/23 15:48    수정: 2023/06/25 09:25

"앞으로 양자 기술이 확립되는 단계에 이르면 선도국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넘겨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양자 컴퓨팅의 주요 플랫폼들에 대한 연구가 고루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순칠 국가양자PM은 최근 기자와 만나 "양자 기술은 국방과 안보에 중요한 기술이 되어 나라마다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며 "우리도 양자컴퓨팅과 양자 통신, 양자 센서 등 양자 기술 주요 분야에 지속적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PM은 1987년부터 KAIST 물리학과 교수이며, 우리나라 1세대 양자 연구자이다. 2000년 세계 최초로 핵자기공명 방식의 3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바 있다.

이순칠 국가양자PM이 양자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지디넷)

지난해 8월 한국연구재단 양자연구단장으로 선임됐고, 12월 국가 양자 최고기술책임자 역할을 하는 국가양자PM으로 위촉됐다. 국가 양자 기술의 비전과 전략, 기술 로드맵을 만들며 연구개발 사업 기획과 점검, 기술 예측, 연구 동향 조사 등을 책임진다.

그는 "양자 컴퓨터 기술은 현재의 암호 체계를 모두 깰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국방 등 분야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라며 "양자 분야 주요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연구를 지원하고,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 협력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자 과학기술, 전략적 중요성 크다 

물론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가 임박했거나,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난제들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유용한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로 엔지니어링 측면의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PM은 "PC처럼 탁자 위에 놓고 쓸 수 있는 양자 컴퓨터나 기존 암호 체계를 깰 수 있는 양자 컴퓨터의 등장은 2030년대 말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연구자들이 신약 후보 물질이나 신물질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 기술은 먼저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전 컴퓨터보다는 양자 컴퓨터로 풀기 적합한 이런 문제들에 먼저 적용됨으로써 연구개발의 효율과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양자기술 산업화 성과발표 및 미래양자융합포럼 1주년 기념식' 에 참석해 윤천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부터 '양자정보통신 및 센서기술' 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자료=과기정통부)

또 앞으로 양자와 인공지능(AI)의 결합으로 AI 분야에 도약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도감청이 불가능한 양자 통신, 양자 얽힘 등의 현상을 이용해 극도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고 기존 GPS를 대체할 수 있는 양자 센서 등도 주요 연구 분야다.

현재 우리나라 양자 기술은 아직 선도국과는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IT 분야와 밀접한 양자 통신이나 센서는 2-3년, 양자 컴퓨터 분야는 5년 정도 격차가 있다고 그는 보고 있다. 이 PM은 "현재 양자 분야 선도국은 미국이고 중국이 뒤를 쫓고 있다"라며 "약 20년 전에는 한국이 중국에 앞섰으나, 최근 연구비 투자가 큰 중국이 역전했다"라고 말했다.

다각적 양자 컴퓨터 기술 개발 필요 

양자 컴퓨터 기술 확보를 위해 초전도나 이온 트랩 등 현재 양자 컴퓨터 분야의 주력 플랫폼 후보로 거론되는 기술 방식을 고루 연구하며 선도국을 추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자컴퓨터 연구는 지난 10여 년 간 거의 없다가 최근 IBM과 구글 등이 성과를 보여주며 다시 불붙고 있다"라며 "격차가 있더라도 따라는 가야 후에 양자 기술이 확립될 때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PM은 양자 분야 발전을 위해 국제협력 연구와 인력 양성도 강조했다. 양자 과학기술은 아직 초기 분야라 세계 연구자들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면서, 동시에 국가 간 견제도 상존한다. 우리나라도 미국 및 유럽 주요 국가들과 양자 기술 협력 노력을 강화하고 있고, 최근 선진국 중심으로 운영되던 정부 간 양자 다자협의체에도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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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칠 PM은 유럽 주요 국가와의 과기공동위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덴마크와의 과기공동위 후 양국 대표단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과기정통부)

이 PM은 "다자간 협의체에 새 회원을 받을 때 아무래도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나라를 찾는다"라며 "양자 기술은 처음부터 중국으로 넘어가지 못 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양자 기술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우군을 찾아 협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세계 어디서나 양자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 상황이다. 양자 분야에서도 성공적 연구 성과나 기업 활용 사례를 통해 잠재력이 사회에 각인되는 '누리호 모멘트'가 필요하다. 1천 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등과 같은 목표가 상징적 성과의 예가 될 수 있다. 이 PM은 "앞으로 기업도 양자 기술을 알면 기회를 얻고 모르면 퇴출될 수 있다"라며 "위기 의식을 갖고 뛰어들어 기술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