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IoT 유연 컴퓨터, 우주 탄생 비밀···기초연구 기반 닦는 선도연구센터

22일 선도연구센터 성과 발표회

과학입력 :2023/06/23 08:33    수정: 2023/06/23 09:42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 자리잡은 '공학분야 선도연구센터(ERC) R2R 인쇄 유연컴퓨터개발 연구센터'. 22일 찾은 이 곳에선 유연한 필름 소재에 회로를 인쇄해 4비트 컴퓨터 프로세서를 만드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었다.

조규진 센터장은 "사물인터넷(IoT)이나 에지 컴퓨팅을 구현하려면 초저가 프로세서를 하루에 수 억 개씩 제조해야 하는데,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으로는 비용과 환경, 탄소 중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며 "유연 인쇄(R2R, roll-to-roll)는 이같은 한계를 넘어 디자인과 개념이 전혀 다른 새로운 인쇄 컴퓨터를 구현,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R2R 인쇄 유연컴퓨터개발 연구센터 연구원이 22일 필름에 인쇄된 반도체 회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

센터는 R2R 방식 트랜지스터의 설계와 제조, 공정, 검증 기술을 종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10V 전압에서 100㎑ 구동 가능한 4비트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설계에 따라 생산하는 인쇄 파운드리까지 구축했다. 센서와 프로세서가 융합된 무선 라벨을 활용한 AI 연계 에지 컴퓨팅을 위한 초저가 유연 프로세서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으리란 기대다.

현장에선 방진복을 입은 학생 연구원들이 인쇄 장비에 잉크를 바르며 최적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쇄 공정으로 유연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인쇄 장비를 다루는 기계공학, 잉크 개발을 위한 화학공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의 협동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7-8개 학제 연구자들이 공동 연구하고 있다.

22일 성균관대 R2R 인쇄 유연컴퓨터개발 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인쇄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지디넷)

이같은 학제간 연구는 우수 연구자들의 집단 연구를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 사업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선도연구센터는 기초연구 분야 연구자 8-10명으로 구성된 연구 그룹에 7년에서 10년까지 연간 15억원 안팎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학분야(SRC)와 공학분야(ERC) 선도연구센터 사업이 시작된 1990년 이래 지금까지 33년 간 총 434개 센터에 3조원 가까운 지원이 이뤄지며 국내 기초연구 발전에 기여했다. RNA 연구 권위자인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이나 물리학자인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등 많은 과학자가 선도연구센터를 통해 연구를 발전시켜 나갔다.

22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열린 '2023 선도연구센터 릴레이 성과발표회'에선 선도연구센터의 최근 대표 성과들이 소개됐다.

22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2023 선도연구센터 성과발표회에서 홍병식 극한핵물질연구센터 센터장이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국연구재단)

홍병식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극한핵물질연구센터는 중이온가속기로 초기 우주물질과 중성자별 구성 물질의 상태를 연구해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힌다는 목표다. 중성자별 내부와 비슷한 압축 핵물질을 생성시키고, 이같은 연구를 가속화할 정밀 입자검출기도 개발했다.

조제열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이끄는 비교의학 질환 연구센터는 반려동물의 후성유전체를 규명하고 사람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질병 극복을 앞당기는 연구를 하고 있다. 배용수 성균관대 특훈교수가 주도하는 비임파성 장기 면역 연구센터는 비임파성 장기에 대한 면역 연구를 통해 난치병 치료에 도전한다.

박형호 연세대 재료공학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에어로겔소재연구센터는 초경량 초단열 에어로겔 신소재 활용 기술을, 주재범 중앙대교수가 이끄는 나노-광융합 바이오의료 진단 연구센터는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쓸 수 있는 감염병 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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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연구자들은 "센터 지원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10년 가까이 쌓은 연구 및 노하우, 인력, 네트워크 등이 유실되지 않도록 적정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배용수 교수는 "기초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고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시장과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30년 전 시작된 선도연구센터 사업이 디딤돌이 되어 우리나라의 기초연구 발전과 과학기술 위상을 높인 것처럼, 향후 10년 후 새로운 기초연구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해 우리나라가 기초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