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의 비중이 올해 들어 꾸준히 줄어들었다. 시장이 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알트코인들의 증권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 제기되자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이탈하는 모습이다.
22일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의 비중을 뜻하는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최근 50을 넘겼다. 이는 지난 2019년 4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최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증권법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도미넌스 수치가 상승세를 탔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3월 중순부터 47 내외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SEC가 고소장을 제출한 이달 초 이후 점진적으로 올랐다.
고소장에서 SEC가 주요 알트코인 상당수를 미등록 증권으로 분류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EC가 증권이라고 주장한 알트코인은 바이낸스코인(BNB), 바이낸스USD(BUSD), 솔라나(SOL), 폴리곤(MATIC), 카르다노(ADA), 파일코인(FIL), 코스모스허브(ATOM), 더샌드박스(SAND), 엑시인피니티(AXS), 디센트럴랜드(MANA), 알고랜드(ALGO), 코티(COTI), 칠리즈(CHZ), 플로우(FLOW), 인터넷컴퓨터(ICP), 니어프로토콜(NEAR), 보이저토큰(VGX), 대시(DASH), 넥소(NEXO) 등 19종이다.
이 중 바이낸스코인, 카르다노, 솔라나, 폴리곤, 코스모스허브는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중 시가총액 순위 20위권 내를 기록할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서 주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증권성 여부를 두고 SEC가 소송전을 치루고 있는 리플(XRP)까지 포함하면 알트코인 상당수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 지원을 중단하게 되면 유동성 감소가 예상되고, 결과적으로 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에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상대적으로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SEC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전통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접근하는 행보도 눈에 띈다. 지난 15일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신청하고, 20일에는 금융사들이 합작 투자한 가상자산 거래소 'EDX마켓(EDXM)'이 출범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 지원에 따른 수수료를 수익으로 거두는 만큼, 대다수가 여러 종류의 가상자산을 취급한다. 이와 달리 EDXM의 경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4종에 한해 거래 지원한다고 밝혔다. 알트코인에 대한 거래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 만큼 비트코인, 그리고 알트코인으로서는 가장 시가총액 규모가 큰 이더리움에 대한 투자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당국이 알트코인의 비중을 줄이고자 전통 금융업계와 협력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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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상자산 기업들이 미국 당국의 제재를 받았는데, 전통 금융업계 진입을 앞두고 시장을 정리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있다"며 "SEC와 전통 금융은 공생관계라 할 수 있고, SEC가 가상자산 시장과 규제 틀을 어느 정도 다듬고 나면 이 틀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금융사들이 진출해 빈 자리를 채운다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금융 서비스 플랫폼 매트릭스포트는 지난 15일 주간 보고서를 통해 "SEC의 제소 이후 점프크립토, 컴버랜드 등 대규모 유동성 공급업체들의 지갑에서 알트코인 포지션 일부가 청산된 것을 발견했다"며 "지난 2020년, 2021년 당시 나타났던 알트코인 강세장이 경신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