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을 구체화한 ‘파리 이니셔티브(Paris Initiative)’를 선언했다.
아울러 디지털 규범 제정을 위한 국제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파리 이니셔티브’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UN총회 연설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위한 규범을 제시한 뉴욕구상의 연장선으로, 이날 디지털 비전 포럼을 통해 보다 구체화하고 완성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신질서 규범 정립의 9가지 기본 원칙으로 ▲자유와 후생의 확대 ▲자유로운 거래 보장 ▲디지털 격차 해소 ▲공정한 접근과 보상 ▲적정한 위험 규제 및 불법 행위 제재 ▲긴밀한 국제사회 협력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인공지능(AI)에만 국한하지 않고 데이터와 컴퓨터 역량, 디지털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모든 영역을 망라하면서 디지털의 어느 단계에 있는 국가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포괄성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세계 최고의 철학자로 주목받는 마르쿠스 가브리엘 독일 본 대학교 교수, 유럽 내 AI 윤리 규범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라자 샤틸라 소르본대 교수, AI 휴머니즘 분야 프랑스 최고 전문가 다니엘 앤들러 교수가 참석했다.
또 글로벌 최대 커뮤니케이션 기업 '퍼블리시스'의 모리스 레비 전 회장, 소설가이자 과학과 인문학 관점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한인 2세로 아시아계 최초 프랑스 장관을 지낸 플뢰르 펠르렝 코렐리아 캐피털 사장 등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이 자리했다.
다음은 윤 대통령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 연설 전문.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 여러분 그리고 디지털 심화 시대를 이끌어가실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 프랑스 혁명의 도시 파리, 그중에서도 세계 지성과 과학의 중심인 소르본 대학에서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는 석학들과 또 우리의 디지털 질서에 대해 대담할 시간을 갖게 된 것을 매우 뜻깊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자유와 연대에 기초하여 세상의 질서와 규범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 국가의 법 체계와 국제 규범 질서는 프랑스 혁명 정신에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입니다.
대항해 시대를 거치며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새로운 규범 질서가 정립되었듯이 저는 작년 9월 유엔 총회와 뉴욕 대학에서 뉴욕 이니셔티브를 선언하며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디지털은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50억 명과 연결하고 영화 110억 편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매일매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AI로 대표되는 디지털은 우리가 그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챗GPT, Bard, LLaMA와 같은 AI 기술은 언어 이해 능력을 기반으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온 창작 능력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발명, 기술 개발, 예술 창작 등 사람과 AI의 콜라보를 통한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는 한편, 그 독창성의 원천과 법적 권리관계에 관해 엄청난 혼란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중대한 사회적 리스크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인류의 문명은 기술에 기반하여 진보를 거듭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빛에 매몰되어 있는 사이 기후 위기, 양극화 심화, 인간성 상실, 대량 살상 무기, 민주주의 교란과 위기 등 돌이킬 수 없는 실존적 위험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세계적으로 40개에 해당하는 AI 법제도가 최근 각국에서 통과되었고, 대한민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디지털 권리 장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은 국경이 없고, 연결성과 즉시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디지털 질서가 중요합니다.
저는 오늘 디지털 질서의 근본이 되는 디지털 윤리 규범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디지털은 프랑스 혁명 사상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유를 확대하는 데 기여해야 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런 윤리 원칙을 가장 먼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의 개발과 사용에 있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 절대 가치로 존중되고 나아가 인류의 후생을 확대하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권리관계는 개발과 보상체계에 입각하여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하고 자유로운 계약에 의한 데이터와 결과물의 거래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또 디지털의 개발과 사용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디지털 사용 능력에 대한 격차 해소 방안이 국제적 차원에서 함께 모색되어야 합니다.
공공재인 디지털 데이터와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데이터와 정보의 개발은 그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하고 투입되는 투자와 노력에 대해 공정한 보상체계가 작동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개발과 사용은 공동체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위험에 대한 정보는 즉각적으로 공유되고 공표되어야 하며 상응하는 적정 조치가 이루어지는 규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 규제를 위반하는 것은 불법행위로서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 시스템의 작동, 다시 말해 디지털 규범의 집행에 관해 국제사회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디지털 윤리 규범의 기본 원칙들을 우리의 디지털 경제 사회 활동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디지털 질서 규범 제정을 위한 국제기구 설치를 제안합니다.
국제기구 설치 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국제적 합의 도출을 위해서는 UN 산하에서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미래세대와 존경하는 세계시민 여러분,
우리의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윤리 규범 제정을 위한 국제기구 설립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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