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계 진일보...경제 갈등 줄어들까

[이균성의 溫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데스크 칼럼입력 :2023/06/20 14:10    수정: 2023/06/21 07:51

“중·미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느냐에 인류의 운명이 걸려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한 말이다. 이날 전해진 시 주석과 블링컨의 발언은 양국 관계가 ‘디커플링(미국과 중국 사이의 공급망 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양국 갈등 고조로 인한 위험 줄이기)’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뜻한다. 상호 존중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역시 중국을 존중하고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도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의 체제 변화를 요구하지 않으며, 동맹관계를 강화해 중국에 반대하지 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고 시 주석 발언에 화답했다.

시 주석은 특히 “국제사회는 일반적으로 중미 관계의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양국이 충돌하고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고, 중미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을 꺼리며, 중미의 평화 공존과 우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발언은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 갈등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을 때 할 말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던 한국 반도체 기업을 대변하는 소리처럼 들릴 정도다.

이미지=지디넷코리아

이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번 회담에 대해 “우리는 옳은 길을 향하고 있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르면 연내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악은 피하자는 게 확인된 셈이다.

블링컨의 발언 가운데 우리에게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과 동맹관계를 강화해 중국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가 그동안 디커플링 기류의 핵심이었고, 우리 기업 손발을 옥죄는 여러 조치의 근거였기 때문이다. 숨소리조차 죽이고 미중 관계를 예의주시하던 우리 반도체 기업에 숨통이 트일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다.

미중 관계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 산업계의 요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디커플링은 중국의 입장이 아니라 미국 행정부의 입장이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미국 내 일자리를 더 창출할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세계 공급망을 흔들어 자국 동맹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급망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걸 원치않은 미국 기업도 있다는 사실.

애플 테슬라 등 주요기업의 경우 중국과 긴밀히 연계돼 있어서 완벽한 디커플링이 득이 될 게 없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이나 중국 경제성장률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상황에서 리스킹을 줄여야하는 디리스킹을 준비해야 하는 건 맞지만 모든 관계를 끊는 디커플링은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산업과 시장의 흐름에 맞춘 디리스킹이 국가 안보를 중심에 둔 디커플링보다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빌 포드 미국 포드 회장의 고백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미국은 전기차 부문에서 중국과 경쟁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전기차를 매우 빠르게 개발했고, 대량 생산했으며 이제 수출도 하고 있다”며 “그들은 여기(미국)에 언젠가 진출할 것이고,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과 손잡게 해달라는 거다.

포드는 중국 CATL과 미국 미시간주에 35억 달러를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는 배터리와 전기차의 가성비를 높일 이 회사의 핵심 복안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소속 의원들이 공급망 탈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20일에 포드와 GM을 방문한다고 한다. 빌 포드의 고백은 그들의 방문에 앞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힌 거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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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 못잖게 생성AI 업계 움직임도 주목된다. ‘챗GPT 아버지’로 불리는 샘 알트먼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인공지능(AI)을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를 마련하는 데 중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커플링도 디리스킹도 아닌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을 긍정적으로 끌어않지 않고는 AI의 위험성을 글로벌로 회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블룸버그 분석처럼 이번 회담으로 균열은 완화했지만 마찰까지 완전히 없앴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완전한 디커플링보다 서로 디리스킹해야 하는 이유는 확인됐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한국 정부의 스탠스도 중요해졌다. 경제와 관련된 외교의 경우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에 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 디커플링에 치중하다보면 디리스킹에 실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