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소부장, 美빅테크 뚫었다…애플 '비전 프로'향 단독 공급까지

국내 반도체 후공정 업계, 애플·스페이스X 등 신사업 투자에 수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6/20 17:22    수정: 2023/06/21 10:21

국내 반도체 후공정 업계가 애플, 스페이스X 등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기술력을 인증받고 있다. 차세대 디바이스용 패키징 장비를 단독 공급하기로 하거나, 경쟁사를 대체해 벤더로 진입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후공정 관련 업체들은 애플, 스페이스X 등의 사업 확대에 따른 수혜 효과를 보고 있다. 다만 이들 업체들은 기업간 비밀협약유지(NDA) 단서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를 알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 비전 프로(사진=애플)

반도체 후공정 장비업체 A사는 최근 애플의 '비전 프로'의 신규 벤더로 진입했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이달 초 WWDC(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혼합현실(MR) 헤드셋이다.

A사는 비전 프로 제작에 필요한 SiP(시스템 인 패키지) 패키징 장비와 DDI(디스플레이구동칩) 레이저 컷 장비를 독점으로 공급한다. A사는 기존에도 애플과 거래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애플의 신규 장비 출시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 

SiP는 복수의 집적회로를 단일 패키지에 집적하는 기술이다. 해당 장비 가격은 대당 수십억원으로 추산된다. DDI는 디지털 신호를 빛 에너지로 변환해 디스플레이에 화면을 출력하도록 만드는 시스템반도체로, 용도에 따라 레이저 등으로 잘라 사용한다.

A사는 스페이스X에서도 관련 장비를 수주받았다. 올 하반기 장비 설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의 우주탐사 업체로, 전 세계에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 다른 후공정 장비업체 B사도 지난해 말 스페이스X로부터 EMI(전자파) 차폐 장비 수주를 받고, 최근 납품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기판 전문업체인 C사는 중화권 경쟁사를 밀어내고 SiP 패키징용 기판 공급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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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스페이스X가 주문한 물량은 파일럿(시험생산) 개념에 머물러 있다. 다만 스페이스X가 양산 라인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하면 물량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신규 제품의 양산을 본격화하는 시기에 맞춰 주변 생태계도 추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매출도 중요하지만, 각 회사가 기술력을 입증받았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