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손꼽히며 주목받던 메타버스에 대한 이용자 관심도가 최근 1년 새 뚝 떨어진 모양새다. 기대를 받으며 이미 시장에 출시된 서비스들도 언제부턴가 별다른 새 소식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때 메타버스에 올라탄 기업들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진 못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보완이 이뤄지면 메타버스 시장이 추후 다시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맘 때 메타버스 검색량은 82, 11월 100을 기록하다 연말 50 미만으로 급감했다. 이달 메타버스 검색량은 35 내외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구글 트렌드는 검색량이 가장 많고 적을 때 기준 100~0으로 책정된다.
동일한 기준치인 네이버 트렌드 검색 추이를 봐도, 지난해 10월과 지난 2월 각각 97, 100에 달했던 메타버스 검색량은 3월부터 계속 한 자릿수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메타버스와 유사한 가상현실 검색량의 경우 4월 급등했다가, 지난달부터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는 차세대 대표 놀이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지인과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 기반으로 원격 회의와 소통, 그리고 게임 등을 즐기며 특히, MZ세대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 플랫폼 중에선 네이버 ‘제페토’가 메타버스 선두주자로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다. 제페토는 얼굴인식과 AR, 3차원(3D) 기술을 활용해 맞춤 제작한 아바타를 통해 일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메타버스 세계다.
제페토는 2018년 8월 출시 이후 반년 만에 글로벌 가입자수 1억명을, 재작년 2월 2억명을 순서대로 웃돌았다. 현재 누적 이용자는 4억명을 넘어섰으며, 이중 95% 이상이 해외 사용자다.
다만 올 들어 엔데믹을 맞아, 메타버스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시장 역시 변화 국면을 맞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계열사 넵튠이 투자한 개발사 컬러버스와 협력해 ‘카카오표 메타버스’를 구상했지만, 해당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남궁훈 전 대표 사임 후 뜨뜻미지근한 행보를 걷고 있다.
카카오는 제페토처럼 커뮤니티형 메타버스 서비스로 발돋움하겠다고 표명했지만, 저조한 이용률과 함께 해외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등 메타버스에 손을 떼는 분위기다. 카카오보다 한발 빠르게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내세워 시장에 뛰어든 SK텔레콤도 이용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1~5월 이프랜드 누적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16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8% 감소했다. 지난해 말 MAU는 50만명을 상회했는데, 올 4월 23만명, 지난달 34만명 내외로 집계되고 있다.
아프리카TV 역시 지난해 메타버스 플랫폼 ‘프리블록스’ 베타 서비스를 내놨다. 대체불가토큰(NFT)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AFT마켓과 연동해 아프리카TV만의 자유로운 메타버스 경제활동의 장을 형성할 계획이었지만, 이용자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푸드테크 기업 식신이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트윈코리아’는 실제 부동산을 가상공간에서 셀 단위로 구분해 이용자 개개인이 분양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는 개인간(P2P) 외부 거래소 개소 일정이 미뤄지면서 다소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빅테크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흐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7년 사들인 메타버스 플랫폼 알트스페이스 VR 서비스를 올 초 종료했다. 같은 기간 월트디즈니도 메타버스 사업에서 철수했다. 재작년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꾼 메타는 메타버스에 연신 힘을 줬지만 줄적자가 계속되자,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메타버스 성장이 한풀 꺾인 건 기술 수준이 뒷받침되지 못한 데 따른 이용자 실망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기대치가 높았지만, 막상 접해보니 그간 경험해 온 서비스들과 큰 차이가 없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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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기술 고도화로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생기고 즐길 거리가 늘어난다면, 시선을 끌 만한 사업이라고 전 교수는 진단했다. 전 교수는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기술 안정화는 곧 향후 메타버스 산업 성장을 가속할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희대학교 김상균 교수는 "최근 관심이 줄어든 건 맞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 기술 투자액을 증액하는 등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성을 제고하고,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한 서비스가 나온다면 또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