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배터리법의 역설...韓中 경쟁 격화 전망

역내외기업 차별조항 없어..."국내 기업에만 호재 아니야"

디지털경제입력 :2023/06/19 16:03    수정: 2023/07/08 15:00

유럽연합(EU)이 3년 만에 EU배터리법을 본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국내 기업에 차별적 조항은 없어 안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국 기업에게도 동일한 조건이 보장돼 역설적으로 악재도 호재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북미, 중국 등지에 이어 세계 3대 배터리 전장(戰場)으로 불리는 유럽 지역에서 양국 기업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U는 지난 14일(현지시간) EU배터리법안이 상정된 지 3년 만에 통과됐다고 밝혔다. 법안을 살펴보면 배터리 전주기를 걸쳐 지속가능성과 순환성 강화가 골자다. 우선 탄소발자국 제도, 배터리 생산·사용 등 정보를 전자적으로 기록하는 배터리 여권제도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의 핵심을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보고 있다. EU배터리법은 재활용 의무화 비율을 명시화하면서 원료별 ▲코발트 16% ▲납 85% ▲리튬 및 니켈 6%를 재활용토록 했다. 또 시행 13년 후에는 ▲코발트 26% ▲리튬 12% ▲납 85% ▲니켈 15% 등으로 상향키로 했다.

SK온의 헝가리 제 1공장 조감도.

이미 국내 배터리 3사는 폐배터리 재활용에 관한 개발을 이미 진행 중에 있다. 

삼성SDI와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국내 대표 폐배터리 기업인 성일하이텍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폐배터리 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 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중국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양산에 속도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EU배터리법의 핵심인 폐배터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데다 조항별 구체적 이행 방법을 담은 10개 이상의 하위 법령이 2024~2028년 사이에 제정될 예정이므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상황이다.

정부 역시 이번 법안을 역내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항이 없어 국내 기업의 지위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WTO 원칙에 위배되지도 않았고 역외 기업에 행정적인 불이익도 주지 않아 국내 기업에게는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역내외 기업에 대한 차별조항이 없다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국내 기업과 경쟁 중인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에게도 유럽시장의 문호가 열린다는 것과 같다.

CATL 사옥 전경

CATL과 BYD는 허들이 높은 미국 시장의 대체지로 유럽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실제 CATL은 독일 튀링겐 주에서 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에 있고 헝가리 데브레첸에도 73억 유로(약 10조원)를 들여 연간 생산 용량 10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립 중이다. 회사는 2028년까지 총 20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BYD 역시 배터리와 완성차 두 가지 모두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해 

2028년까지 유럽에서 전기차 80만대를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EU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21년 17%에서 2022년 34%로 가파르게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전략을 단순한 선언적 수사로 보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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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U배터리법은 국내 기업이나 중국 기업이나 동일한 대우를 부여받았다"면서 "중국 기업은 실제 벤츠,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유럽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단순히 국내 기업에게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중국 CATL(35.0%)과 BYD(16.2%)가 1·2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