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현행 법 등을 고려해 제한적 시범사업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된지 보름이 넘었지만 정작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는 이용자 급감 등을 이유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 국제전자센터에서 이해당자사들의 자문을 듣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첫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약단체가 참석했다. 산업계에서는 디지털헬스산업협회와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참여했다. 이밖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박민수 제2차관은 “국민들의 의료접근성과 사회지속성을 감안해 시행을 결정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이 개정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한적인 시범사업이 불가피했다”며 “의료계의 재진 환자 중심을 받아들여 제한적인 시범사업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박 차관은 “자문단을 통해 제도화를 위한 개선의 의견을 듣고 필요한 것은 보완해가겠다”며 “석달간의 계도 기간 중에도 기존 제도와 혼란을 감안해 정책적 배려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주체가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는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자문단은 제도가 완성된 형태로 가기 위한 논의와 공감 이끌어 낼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범사업의 데이터는 입법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문단에 포함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복지부가 재진환자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대상자를 제한한 것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려는 환자가 급감하고 있고, 참여 의사들도 이탈하는 등 그간 구축해온 인프라가 붕괴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이날 오전에도 입장문을 통해 “폐쇄적인 환자 대상(재진환자로 제한한)이 제도 안착의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 지 살펴봐야 한다”며 “19.3%에 달하던 소아청소년과 진료 요청 비율이 시범사업 시행 후 7.3%하고, 소아청소년 비대면진료 참여 의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날 차관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시범사업이 ‘제한적’인 대책임을 들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 기존 방침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의사협회가 주도하는 판을 플랫폼 업계가 뒤집기란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해 의사협회는 휴일과 야간에 소아·청소년에 대한 비대면 진료 상담을 허용키로 한 것에 유감을 표하며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임을 분명히 해 플랫폼 업체의 요구를 일축하기도 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의원급 의료기관서 재진환자만
이달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실시 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물론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환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 중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희귀질환자(1년 이내), 수술·치료 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실시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 대상환자가 의료기관에 비대면진료를 요청하면 의사는 비대면진료를 실시해도 안전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비대면진료를 실시하게 된다. 이때 대상환자는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환자로 제한된다. 다만, 복지부는 의료약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일부 초진을 허용키로 했다.
만성질환자 등 기존에 대면진료를 받았던 환자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질환에 대해 추가로 진료를 받을 경우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대면진료를 받은 지 1년 이내, 만성질환 이외의 질환의 경우 30일 이내인 경우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소아 환자도 대면진료 이후의 비대면진료(재진)를 원칙으로 하되, 휴일· 야간에 한해 대면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다.
의료기관이 부족하거나 의료기관이 없는 곳에 거주하는 섬·벽지 거주 환자,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 격리 중인 감염병 확진 환자는 대면진료 경험이 없어도 초진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만약 비대면진료가 안전하지 않거나 검사·처치 등 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사는 환자에게 의료기관 내원을 권고해야 한다. 비대면진료는 화상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스마트폰이 없거나 활용이 곤란한 경우 등 화상진료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음성전화를 통한 진료가 가능하다.
비대면진료 후 필요 시 처방전 발급이 가능하다. 이때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이메일 등을 통해 처방전을 전송된다. 또 약사와 환자가 협의해 본인 수령, 대리 수령, 재택 수령 등 의약품 수령방식을 결정하고, 구두와 서면으로 복약지도 후 의약품이 전달된다. 다만, 재택 수령의 경우, 직접 의약품 수령이 곤란한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 허용할 예정이다.
특히 관심이 높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수가와 관련해 복지부는 의료기관과 약국에 시범사업 관리료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즉, 의료기관은 진찰료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리료 등 진찰료의 30% 수준을 받게 된다. 약국은 약제비와 비대면조제 시범사업 관리료 등 복약지도료의 30% 수준을 지급받는다.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와 약국의 비대면조제 건수 비율을 월 진료건수·조제건수의 30%로 제한된다.
한편, 지난 14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벤처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송승재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장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유헬스케어 인증과 개인정보보호 인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비대면 진료 플랫폼 수출 기업에 대한 공공사업 참여 우대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