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없어서 못 판다…'소금대란'에 벌써 김장 걱정

소금·젓갈 등 미리 구매하는 주부 늘어…'절임배추' 대신 올해는 직접

생활입력 :2023/06/16 08:23

온라인이슈팀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김장 걱정 안할 수가 없어요. 김치는 가족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잖아요. 그래서 미리 소금이나 젓갈 등 김장에 필요한 거 구매하려고요. 소금 사재기한다는 소식 들리는데 얼른 서둘러야겠어요.(경기도 수원 거주 60대 여성 임모씨)

#지난달 말 아는 지인한테 소금 한 가마를 미리 구매했어요. 여유가 되면 더 사놓으려고요. 수산물은 안먹으면 되는데 소금같은 경우는 필수적으로 먹어야 하니까 안전할때 미리 사둘 계획입니다.(서울 동작구 거주 50대 김모씨)

전남 담양군(군수 이병노)은 '김장나눔 대축제'를 진행해 2300세대에 김치를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 News1 박영래 기자

전국 곳곳에서 소금 대란이 발생하면서 때이른 김장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장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사재기로 소금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국내 최대 염전인 태평염전은 '주문량 폭주와 물량부족'으로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태평염전은 15일 홈페이지 팝업창에 '맛있는 천일염 20㎏이 일시 품절되었습니다'는 긴급 안내문을 게시했다.

제주 시내 한 마트 소금 매대는소포장된 일부 소금과 통에 담긴 간편 제품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품절 상태였다.

김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새우젓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젓갈을 판매하는 A씨는 "새우젓 기준 1킬로그램에 1만5000원인데 아직은 오르지 않았다"며 "소금값오르는 거보니 조만간 오를수도 있을 거라고 상인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제주시내 한 마트 소금 진열대가 비어 있는 모습. 2023.6.14/뉴스1

◇"매년 50포기 김장, 이번엔 절임배추도 안살 것"

김장까지 한참이 남았지만 우리 식탁에서 김치를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주부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임씨는 "매년 50포기 가까이 김장을 하면서 최근 몇년간은 절임배추를 샀는데 이번에는 못그러겠다"며 "배추를 직접 절이면 노동이 배로 들겠지만 가족들이 방사능 오염 식품을 먹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김장이야 미리 대비하면 되지만 당장 방류가 결정되고 나면 각종 수산물 등을 어떻게 구할지 걱정"이라며 "내 행동이 기우일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후회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윤모씨(50대·여)도 "요즘 아줌마들을 만나면 오염수 방류 얘기를 많이 한다"며 "정부가 잘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들을 섭취하게 될 경우 부작용이 크다보니 걱정을 안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직까진 김장 대비를 위해 소금이나 젓갈을 미리 사지는 않는다"면서도 "가족이 있는 입장에서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을 백번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소금' 사재기 조짐에 가격 상승…마트 물량 안풀기도

시민들이 불안감에 사재기 조짐을 보이자 김장철도 아닌 한여름에 두달새 소금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정부가 발표한 천일염 산지가격(20kg 기준)은 지난 4월 첫 주 1만4119원에서 이번 달 첫 주 1만7807원으로 두 달 새 가격이 26.8% 올랐다.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안군에서도 소금값 인상이 시작됐다. 지난 8일 신안군수협직매장은 신안천일염 2021년산 20㎏ 가격을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인건비 인상 영향과 올여름 장마에 대비한 결정"이라면서도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소금 가격이 급격히 올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천일염 가격이 상승하면서 대체제인 정제염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한국 유일 정제염 생산 회사인 한주정제소금은 3주 전보다 가격이 2배이상 오른 상태다.

일부 마트에서는 사재기를 우려해 구비해둔 소금 물량 진열을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당분간 소금 가격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구 소재 농수산마트 관계자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소금을 미리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실제 많아졌다"며 "최근 본사에서 물량을 조절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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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 우려가 커지면서 도매시장에서 소금 사재기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며 "시장에 풀린 물량이 부족해지면 소비자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