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아버지’로 불리는 샘 알트먼의 방한을 앞두고 그에게 묻고 싶은 일곱 가지 질문에 관하여 칼럼을 쓴 바 있다. 그중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세계 AI 규제기구를 만들자는 그의 주장에 대한 질문도 있다. 이 주장은 인공지능을 핵(核)과 같은 인류 위협요소로 보고 세계기구가 각국을 감시케 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물으려고 했던 까닭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기 때문이다.
알트먼의 기존 발언을 감안하면 특히 감시해야 할 국가는 전체주의 나라들로 해석될 수 있다. 그가 직접 특정 국가를 언급한 기억은 없지만 전체주의를 언급한 것으로 봐 러시아나 중국을 생각했던 것 같다. 문제는 러시아나 중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이었다. 특히 중국은 챗GPT를 차단한 채 독자적인 AI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기구에 동의를 하겠나.
알트먼의 주장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제재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이후 계속된 세계화가 뒷걸음질을 치고 세계 경제가 블록화하면서 기존 공급망 체계도 흐트러지는 와중이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선선히 응할 리가 없다.
알트먼이 칼럼을 읽지는 않았겠지만 다행이 이 의문에 관한 그의 생각을 밝히기는 했다. 방한했을 때 밝힌 건 아니지만. 한국을 거쳐 중국에 도착한 그는 베이징 AI 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AI 콘퍼런스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을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를 마련하는 데 중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美中협력론’이다.
알트먼은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 시스템의 등장으로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중국은 세계 최고의 AI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근본적으로 발전된 AI 시스템의 얼라인먼트(정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세계 최고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알트먼의 생각에 미국 정부도 동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계 AI 규제기구 설립을 회의적으로만 볼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알트먼의 AI 위험성 경고 발언에 대해 지난 3월 ‘오픈AI CEO의 GPT 경계령은 상술이 아니다’는 칼럼을 썼던 까닭은 그의 말을 ‘사다리 걷어차기’로 해석하는 일부의 견해를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AI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려버렸고 그런 어설픈 발언으로 걷어차질 사다리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알트먼보다 더 급진적인 ‘AI 개발 잠정 중단론’이 나온 게 이를 증명한 것이다.
AI가 인류에게 어떤 위협이 될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현존 최고 수준의 AI 개발에 참여했던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AI에서 섬뜩한 그 무엇인가를 봤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고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인류가 발명한 최고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방법은 하나다. 인류 차원에서 글로벌로 협력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7월 6일~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23 세계인공지능대회’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엔비디아, 오픈AI 등 미국 AI 핵심 기업 관계자와 튜링상 수상자, 노벨상 수상자, 국제기구 대표, 해외 학자 등 전문가 1400명 이상이 모인다고 한다. 민간이 먼저 글로벌 협력과 견제의 모범을 보이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 특히 미국과 중국 정부가 이 목소리를 귀담아 듣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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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적대(敵對)가 아니다. 누가 더 자신을 혁신해 더 빨리 발전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다툼이 경쟁이지 상대는 죽이고 나만 살자는 게 경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경쟁은 다툼이라기보다 협력이기도 하다. 그것이 좋은 기업이 펼쳐가는 세상이다. 기업이 이데올로기보다 생산적일 수 있다면 그것 때문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양국 기업들이 끊임없이 물밑에서 손을 잡는 이유가 그것이다.
우리 정부도 그 이치를 깨닫기 바란다. 겉으로 멋지고 화려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에 속지마라. 올인 하지 마라.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적대할 때도 미국 기업 수장들의 중국 방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지 않는가. 특히 상다수의 미국 기업인들이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에 대해 당당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가. 속마음이 이와 다르지 않은 우리 기업인도 많다. 정부가 너무 앞서가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