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산업이 지속 발전하려면 핵심 참여자인 소비자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과 규제 방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이들은 플랫폼 자율규제의 경우도 소비자 자율성 확보가 기저에 깔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현수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한국소비자법학회 주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 플랫폼과 소비자’ 세미나에서 “소비자는 플랫폼 관련, 가장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주체”라며 “향후 디지털 시장에서 플랫폼 규율 방향이 소비자 관점을 어떻게 투영할지 여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그간 전통 오프라인 시장과 달리, 현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사업자는 시장 설계와 운영·관리에 있어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한다면서, 이전과 다른 형태의 규율 방향을 제시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지닌 시장 지배적 지위를 고려한 소비자 보호 체계가 요구된다는 관점이다.
이어 김 교수는 “플랫폼은 이용자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를 취급하는 동시에, 접근 가능성이 높아 자동화된 모니터링을 통해 온라인 위법 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며 “결국 소비자를 충실히 보호하되, 국내 플랫폼 산업과 혁신에 대한 순기능을 지속할 수 있게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율규제는 영업적인 성장에 부합한 뒤 규제대상이 결정될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자율규제 준수를 위한 유인과 이익을 제시할 외부 압력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내 두드러진 경쟁법 관점에서의 규제적 입법보다, 국내 플랫폼 시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한 입법 정책 마련과 소비자 보호가 수반돼야 한다고 김 교수는 부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역시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소비자 보호법을 손봐야 한다”는 말로 김 교수 제언에 공감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플랫폼이 향후 계속 진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어떨지 예측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사전 규제로 모두 단속하는 대신 사업자 스스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선 강력히 처벌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정보 제공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의견 역시 제기됐다. 소비자들이 정보 부족보다, 제공되는 정보 범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견해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많은 정보량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며 “예전에 희소자원이 정보였다면, 이젠 주의 집중력”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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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는 “현재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본질적인 정보가 무엇인지, 이를 놓쳤을 때 소비자에게 가려진 정보들에 대한 주의력을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방법이 무엇인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정보) 선택 과부하에 따라 기본 옵션(서비스)에 집착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플랫폼 자율규제를 놓고 서 교수는 ▲과도한 법적규제가 문제를 야기하거나 ▲자율규제 대상 기업들에 대한 감시 비용이 낮을 때 ▲소비자 불만과 항의 표시가 자유로울 때 적합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봤다. 이어 “정부에서 소비자단체에 어떤 역할을 부여할지도 관건”이라며 “사업자 자정 의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