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직 가성비만 추구하죠"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 ㉛ 와이즐리 김동욱 대표

중기/스타트업입력 :2023/06/12 10:58    수정: 2023/06/13 09:59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직 가성비만 추구하죠”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의 첫 직장은 미국 컨설팅 업체였다. 세계 3대 컨설팅 업체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이 곳에서 그가 담당한 분야는 소비재 상품이었다. 주로 유통업체를 출입했다. 2년 4개월 남짓 회사를 다니는 동안 그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상품 가격에서 차지하는 광고와 마케팅 그리고 유통 비용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비용이 어림잡아 적어도 80% 이상이었다.

김 대표가 어렴풋이 이 사실을 느낀 것은 대학생 때였다. 특히 면도기가 그랬다. 부모가 사다줄 때는 알지 못했는데 자취를 하면서 깨달았다. 해도 해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하게 됐고, 이런 현실을 직접 바꿔보고자 창업을 결행했다.

사명을 와이즐리(Wisely)로 한 이유도 그 맥락에서다. 소비자로서는 ‘현명한 소비’를 하고 싶을 것이고, 어느 기업인가는 그 요구를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창업의 이유는 충분하였다.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

■“최소 30%에서 최대 80% 저렴합니다”

모든 상품이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더 비싸야 잘 팔리는 상품도 있다. 명품이 그런 예다. 그런 상품은 사실 실용적 사용가치를 판다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브랜드나 취향과 같은 허구의 가치를 판다.

와이즐리는 이런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오직 생활필수품 만을 다룬다. 또 동질의 제품을 가장 싸게 팔려고 한다.

“우리가 판매하는 상품은 비슷한 수준의 경쟁 제품 대비 최소 30%에서 최대 80%까지 저렴하다고 자부합니다. 자체 생산한 제품 만을 외부 유통 없이 인터넷을 통해 100%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합니다. 광고나 마케팅을 완전히 없애고 추가적인 다른 유통 채널도 없는 것이죠.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닌 다른 그 무엇이 취하던 이익을 완전히 없애버린 구조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사내에도 영업과 마케팅 부서는 없어요”

김 대표는 광고를 극도로 싫어한다. 소비자나 생산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엉뚱한 곳에 쓰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상품 생산과 판매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회사지만 사내에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가 없다. 오직 상품을 소싱하고 기획하는 조직과 이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조직만 갖췄다.

인터넷 개발 부서도 없앴다. 핵심 역량에만 힘을 집중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상품의 가성비를 올리기 위한 조치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한때 배송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우리는 가성비야 말로 상거래의 가장 기본적인 니즈라고 생각합니다. 빠른 배송을 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가성비를 원하는 소비자가 결코 소수의 틈새시장이라고 보지는 않죠. 오히려 그런 소비자가 다수고 그것이 주류 시장이라고 믿어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두 차례 낮춘 것도 그런 믿음 때문이었죠.”

■“우리는 혁신 상품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와이즐리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이른바 혁신 상품을 만들고자 하지 않는다. 그보다 개발된 지 오래됐고 생활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상품을 주로 만든다. 가성비를 더욱 높여서.

“사실 우리의 상품 전략은 카피캣(Copycat)이죠. 멋을 부리거나 뽐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생활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되는 상품이 우리의 타깃입니다. 그런 상품이 발견되면 그와 동질의 제품을 기획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듭니다. 어떨 때는 우리가 타깃한 제품과 같은 생산 라인에서 만들기도 하지요.”

짐작하듯 와이즐리는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지 않다. 현재 와이즐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150여 종의 모든 상품은 와이즐리가 직접 기획한 제품이지만 100% 외주 제작이다. 협력하는 외주 제작사만 국내외 100여곳이다.

와이즐리 서비스 앱

■카피캣이 꺼림칙하지 않던가요?

카피캣은 대놓고 하는 모방인 만큼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매우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상품 자본주의에서 카피캣은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 제품이 먼저 나오고, 그 뒤를 추종 제품이 따르게 마련이지요. 벤치마킹이란 그럴싸한 이름으로 추종 제품들이 나오지만 사실 카피캣과 다를 게 없습니다. 특허와 디자인 같은 지식재산권을 법률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모방하는 것이 벤치마킹이고, 카피캣도 철저하게 법률 자문을 구한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어요. 그것이 시장을 파괴하지도 않습니다. 혁신 제품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갖고 높은 가격을 받는 대신 소수의 소비자만 쓰는 것이고, 카피캣은 비슷한 제품을 더 널리 쓰게 하는 효과가 있죠. 그 뿐만이 아니라 카피캣이 없다면 프리미엄 제품이 지속적인 혁신을 할 이유도 없지요.”

김 대표 의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카피캣을 했느냐, 안 했느냐보다 더 큰 문제는 결국 모방 제품을 만들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사업자는 드물다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모방 제품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가격을 확 낮춘 점이 다른 셈이지요.”

■“소송을 당하긴 했지만 결국 승소했어요”

짐작했던 대로 와이즐리도 소송을 당한 바 있다. 2017년 창업 당시 와이즐리의 아이템은 딱 하나였다. 김 대표가 대학생 때부터 안타깝게 생각했던 면도기. 여러 구상 끝에 비슷한 제품을 독일서 제조할 수 있었다.

“비싼 면도기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광고와 마케팅 그리고 유통비용을 제거해 저렴하게 하기 위해 생산해줄 업체를 물색하다가 결국 독일 회사와 연결됐어요. 이미 거의 모두가 아는 브랜드를 생산하는 업체이기도 하지만 이 회사에 외주 제작해주는 부서도 있었거든요. 그곳에 의뢰해 우리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성능은 비슷한데 가격이 5~6분의 1밖에 안 되니까 광고나 마케팅을 안 해도 입소문이 났고 잘 팔렸지요. 잘 팔리다보니 2020년 10월에 다른 회사에서 특허침해소송을 걸었지만 1심과 2심 모두 우리가 이겼고, 최근 해당 업체가 상고를 포기해 사실상 우리가 승리하게 돼지요.”

와이즐리 면도기 점유율은 현재 15% 정도 된다고 한다.

와이즐리 사무실 전경

■“가성비를 높이지 않는다면 유통에 존재 의미가 있나요?”

김 대표는 생산원가와 마케팅 유통 비용이 2대 8인 지금의 시장 구조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반대여야 한다고 믿는다. 유통이 상품과 소비자의 만남을 편리하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 대가로 80%를 챙기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도 인터넷 시대에. 그가 보기에 유통은 문제가 많다.

그는 소비자가 내는 돈의 80% 이상이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쓰여야 한다고 믿는다.

칼 알브레히트와 테오 알브레히트 형제가 세운 독일의 유통엡체 ‘알디(Aldi)’는 그 점에서 김 대표가 주목하는 기업이다. 1946에 설립된 이 회사는 전체 상품의 90% 이상을 저가의 PB 상품(유통업체가 직접 만든 브랜드)으로 구성하고 있고 취급하는 품목의 수도 1,600여 개에 불과하다. 높은 품질의 제품을 가능한 낮은 가격에 제공하면서 유럽 최대 유통회사가 됐다. 2002년 독일 리서치기관 포르사(Forsa)의 통계를 보면 독일 내 95%의 블루칼라 노동자, 88%의 화이트칼라 노동자, 84%의 공무원, 80%의 자영업자가 알디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성비가 빛을 발한 것이다.

김 대표와 와이즐리는 독일의 알디처럼 직접 ‘혁신 상품’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가격’과 가격을 구성하는 ‘시장구조’를 혁신하려고 하는 것이다. 알디가 오프라인 중심이라면 와이즐리는 인터넷 중심인 것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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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를 위한 키워드는 ‘현명한 소비’다.

덧붙이는 말씀: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노인 요양산업을 개척하고 있는 케어링의 김태성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