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업계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약 4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대규모로 유치한 정기예금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어, 향후 2~3개월은 정기예금 금리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채권금리 상승 영향으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도 상승하는 추세라, 당분간 금융권으로 자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5일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정기예금 1년 만기 평균 금리는 연 4%로 나타났다. 오케이저축은행의 'OK e-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이 연 4.51%로 가장 높았고, 연 4.50%의 금리를 주는 상품도 8개로 집계됐다.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4%대로 올라선 건 지난 2월 17일 3.99%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 이후 줄곧 내림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9월말 연 3.86%였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가 본격화된 10월말엔 연 5.40%, 11월말엔 5.53%까지 치솟았다.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경색으로 은행권이 예금 금리를 올리자, 저축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경쟁이 붙은 것이다.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자금 유치 경쟁 자제를 권고하자, 저축은행의 정기에금 금리는 3월 10일 연 3.74%까지 하락했다.
최근 들어 업계가 금리를 인상한 건 하반기 도래할 정기예금 만기 도래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4분기 고금리로 유치한 정기예금 상당 부분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리 대비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저축은행 79개사의 개인 예수금 잔액은 지난해 6월말 67조866억원에서 9월말 68조3049억원, 12월말엔 73조8631억원으로 큰폭 늘었다.
수신 경쟁 상대인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오른 영향도 있었다. 올 1분기(1~3월)만 해도 3%대 초반에 머물던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근 3%대 후반까지 올랐다. 은행채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오직 '예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해야 해, 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 경쟁 상대인 은행 금리가 오르고 있어 자금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선 따라 올려야 한다"며 "또 하반기 정기예금 만기 도래분을 생각하면 미리 금리를 올려 자금을 끌어오는 식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는데, 일부 저축은행이 올리면 다른 저축은행들도 따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권에선 당분간 은행과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이달에도 10조5000억원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라, 시장금리에 연동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도 연 4%에 근접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도 은행권의 동향을 관찰하며 따라 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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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은행권에선 역머니무브의 전조가 관찰됐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5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17조5915억원으로 전월 805조7827억원에서 11조8088억원 증가했다. 금리 상승에 더해 주가 조작 의혹으로 주식시장으로부터 대기 자금이 넘어온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정기예금은 지난해 11월 827조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는데, 올 3월말엔 805조3384억원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