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로봇이 만들면 좋은 점은"

[인터뷰]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아리스3.0 출시 비하인드

홈&모바일입력 :2023/06/06 12:15    수정: 2023/07/18 17:57

협동로봇이 식음료 시장에서 역할을 늘리는 중이다. 커피를 내리고 치킨을 튀기는 로봇이 흥행하더니, 이제 아이스크림을 내려주는 로봇도 등장했다. 젤라또 캡슐을 주면 먹음직스러운 토핑과 함께 컵에 모양을 만들어준다.

로봇이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 또한 잘 만들기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최근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3.0'을 선보인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엑스와이지의 황성재 대표를 만나 답을 들어봤다. 황 대표는 스타트업 박람회 '넥스트라이즈 2023' 엑스와이지 부스에서 방문객들에게 아리스를 설명하고 있었다.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 (사진=엑스와이지)

■ "2천만 원 대 가격 메리트…실질적 첫 출시 버전"

황 대표는 먼저 새 로봇을 소개했다.

아리스3.0은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엑스와이지가 세 번째 선보인 아이스크림 로봇이다. 캡슐에 담긴 젤라또를 프레스로 눌러서 컵에 적합한 모양으로 아이스크림을 짜주는 형태로 작동한다.

신제품은 우선 2021년 출시한 초기 모델과 비교해 크기는 20%, 무게는 50% 줄었다. 아이스크림 제조 속도는 약 20% 빨라졌다. 결정적으로 가격이 기존 5천만 원 수준에서 2천만 원 대로 절반 이상 내려왔다.

이외에도 기기 화면을 2배 키워 콘텐츠 요소를 강화하고, 아이스크림 컵을 투명하게 바꿔 시각적인 효과도 개선했다. 아이스크림 맛도 다양해졌다. 현재 3가지 맛을 지원하며 향후 10개까지 다양화할 계획이다.

아리스2.0부터는 토핑도 올릴 수 있게 됐다. 3.0 버전은 토핑 세 가지를 지원한다. 토핑을 뿌리는 과정에도 AI비전 기술을 접목했다.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가 캡슐 색깔을 보고 아이스크림에 맞는 토핑을 뿌려준다. 다 쓴 캡슐 용기는 알아서 쓰레기통에 버려준다.

엑스와이지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3.0'. 앞부분에 캡슐을 올려두면 로봇이 아이스크림을 컵에 따라서 같은 위치에 놓아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공간 매출 극대화하는 도구 될 것"

아리스3.0은 실질적인 첫 출시 제품이다. 엑스와이지는 아리스 1~2번째 모델로 서비스 현장에서 테스트를 거치면서 얻은 노하우를 신제품에 반영했다. 앞서 아이스크림 7~8만 개를 제공하면서 여러 문제도 발견했다. 아이스크림이 녹거나 너무 딱딱하면 터지는 경우도 있었다.

엑스와이지는 식음료 전문 자회사 라운지엑스를 설립하고 직영 매장을 늘리고 있다. 2020년 첫 오픈한 대전 소제점을 시작으로 제주 애월, 서울 마포, 구로, 경기 분당, 에버랜드 등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엑스와이지가 개발한 로봇은 라운지엑스 매장에 가장 먼저 도입한다. 실제 고객에게 서비스를 해보면서 개선할 점을 찾는다. 아이스크림 맛도 이곳에서 개발한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로봇을 디자인해야 해요. 저희는 자회사에서 직접 장사를 하면서 로봇을 먼저 써보고 있으니까,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관점에서 더 편하게 로봇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엑스와이지 아이스크림 로봇 구 버전 '아리스2.0'. 두산로보틱스 하드웨어를 사용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황 대표의 생각은 아리스3.0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사용자가 정해진 위치에 캡슐만 올려두기만 하면 로봇은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시작 버튼을 누르거나 토핑을 설정하는 등 부수적인 작업을 생략했다. 인간과 로봇 간 상호작용(HRI)을 고도화한 결과다.

수익성에 집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엑스와이지 로봇은 모두 매출액 신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황 대표는 설명했다. 가령 커피를 파는 곳에서 아이스크림 로봇을 도입하면 신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동일한 면적에서도 기대 매출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낸다.

모객 효과도 있다. 황 대표는 사람들이 로봇을 좋아하는 점에 집중했다. 아직까지 로봇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따라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결국 로봇이라는 기술은 본질에 가까워야 해요. 소상공인 본질은 매출을 더 올려주는 거예요. 로봇에 돈을 투자하는 생각의 기저에는, 돈을 더 벌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는 거예요."

라운지엑스 에버랜드 매장 전경 (사진=엑스와이지)

■ "로봇 가격 저렴해지고 있다"

황 대표는 아리스 개발 배경에 대해 무엇보다 아이스크림을 서비스하는 일이 고되다는 점도 덧붙였다.

아이스크림은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야 하는 제품이다. 상온에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녹기 때문이다. 제품 제공뿐만 아니라 관리와 청소 등 과정이 간단치 않다. 아이스크림을 예쁘게 만드는 일도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과거에 로봇 가격이 비쌌을 때는 사람 일을 대신 할 정도로 비용 효율적이지 못했어요. 하지만 로봇 가격은 굉장히 빠르게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협동로봇 가격은 2017년경에 비해 지금 반값도 안 돼요. 반대로 인건비는 올라가니까 임계점에 온 거죠."

아리스3.0은 올해 약 100대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수요를 보고 향후 양산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주요 수요처로는 호텔이나 리조트, 키즈카페, 대형카페 등을 꼽았다. 특히 교외 지역에 즐비한 초대형 카페에서 로봇 수요가 많다. 나들이 방문객이 많아 매출 규모가 큰 반면 교통편이 안 좋아서 사람 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엑스와이지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3.0' 관리자 모드. 토핑, 인사하기, 숨쉬기 등 설정이 가능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차기 버전, 드리즐 기능 추가 계획"

차기 버전은 아이스크림 제작 속도도 점차 높이고, 맛도 점차 다양화할 계획이다. 드리즐 기능도 더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비전인식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사람이 앞에 서면 인사하는 등 상호작용 콘텐츠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아이스크림 제작 속도도 점차 높이고, 맛도 점차 다양화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식음료 로봇 시장에서 제품 생산성과 엔터테인먼트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맛도 좋으면서 제품 제공 과정도 재밌어야 하고, 가격도 저렴해야 하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엑스와이지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3.0' 비전 인식. 카메라에 손을 갖다 대면 대상물을 인식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엑스와이지가 로봇에 적용한 '브리딩 제스처(breathing gestures)'도 그 일환이다. 대개 로봇이 작업하지 않을 때 멈춰 있는 것과 달리, 엑스와이지 제품은 불필요한 움직임을 계속한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인 낭비 행위다. 황 대표는 이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로봇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봤다.

황 대표는 엑스와이즈 부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아리스 로봇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보며 확신을 가졌다.

"사람들이 이렇게 사진 찍고 즐기잖아요. 로봇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로봇이 사람을 도와주는 역할을 앞으로는 더욱 큰 범위에서 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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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와이지는 아리스 이외 로봇 라인업도 꾸준히 개발 중이다. 올해 말에는 세종시에 처음으로 드라이브스루 무인화 솔루션을 도입한다. 차량이 진입하면 협동로봇이 커피와 베이커리를 제공하는 형태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주문을 받고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로봇은 지금까지 생산성이 관건이었다. 황 대표가 보는 관점은 약간 달랐다. 그는 로봇이 생산성과 매출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만큼, 동시에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기능한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로봇 기술과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춰지면 앞으로는 이런 부수적인 것들이 주된 요소로 부상할 것이다.

라운지엑스 무인카페 '엑스익스프레스' 카카오판교점 전경 (사진=엑스와이지)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 프로필

- 1982년, 출생

- 2001~2007년, 광운대학교 컴퓨터공학사

- 2008~2010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

- 2010~2015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사

- 2014~2019년, 퓨처플레이 공동설립

- 2015~2017년, 플런티 공동설립

- 2018~2020년, 6gram 설립 투자

- 2018~2020년, 파운데이션엑스 공동설립·CEO

- 2020년~현재, 엑스와이지 공동설립·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