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헤드셋 속속 나오는데...우리 아이가 써도 괜찮을까

메타와 애플이 연달아 VR(가상현실) 헤드셋 공개를 예고하면서 잠시 시들했던 VR/AR(증강현실) 기기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VR기기가 교육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성장기 어린이·청소년의 눈이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VR헤드셋은 몇 미터 떨어져서 보는 TV와 다르게 바로 눈앞에 화면이 있는 개인용 엔터테인먼트 장치라 시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외신 또한 VR헤드셋의 명암을 꾸준히 보도해 오고 있다. 교육과 치료 등에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 긍정적인 면이 있지, 시력이 나빠질 수 있고 기기 사용 중엔 화면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기 때문에 콘텐츠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 지디넷은 최근 새로운 VR헤드셋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기기가 어린이나 청소년의 건강에 영향이 없는지 알아봤다.

VR헤드셋은 머리 움직임에 따라 원근감이 바뀌는 이미지를 표시해 컴퓨터로 생성된 화면에서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어린이가 TV로 게임을 하면서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물을 볼 때, 눈의 초점은 가까이에 있거나 멀리 있는 사물을 보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VR헤드셋을 착용하면, 가상현실 속의 사물이 현실보다 더 가깝거나 멀리 보일지라도 눈과 화면 거리는 항상 똑같다.

즉, 뇌가 더 가까운 것을 보라고 지시했을 때, 눈은 그 사물 초점을 맞추지만, 화면의 거리는 눈앞에서 항상 같으므로 눈이 혼동할 수 있고 피로도가 올라갈 수 있다. 눈의 피로는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과 같이 특정 물체를 장시간 보며 집중할 때 발생하는데, VR 헤드셋은 눈과 더 가깝기 때문에 정도가 더 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듀크대학교 소아 검안의인 네이선 청 박사는 VR헤드셋 사용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가장 즉각적인 위험은 목의 피로라고 설명했다. 시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VR헤드셋의 평균 무게가 1.5파운드(약 0.7kg)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이다.

제조업체 또한 VR헤드셋을 장시간 사용하면 집중력이나 물체 추적 기능, 깊이 인식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VR헤드셋을 사용하다가 벗었을 때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 방향 감각 상실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는 일종의 '사이버 멀미'를 느낀 것이다.

사이버 멀미는 VR헤드셋을 사용한 후 발생할 수 있는데, 시작 정보와 신체의 움직임·위치 감각이 일치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청 박사는 야외 활동을 자주 해야 하는 어린이들이 이러한 기기 사용이 많으면 근시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시는 멀리 있는 사물에 초점을 맞추는 데 문제기 생기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햇빛을 쬐면서 외부 활동을 2시간 이상 하는 어린이들이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에 비해 근시 진행이 더디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어린이는 VR헤드셋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시간 제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청 박사는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미디어 이용 시간을 하루 최대 2시간으로 권장하고 있다"며 "VR 헤드셋 사용 또한 이와 비슷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신에 따르면 VR헤드셋이 시력과 근시 등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일부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한 연구에서는 40분간 VR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와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알아봤는데, 이 짧은 시간 안에 시력이나 근시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유의미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