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포티투닷에 1.5兆 투자하는 이유는?

세계는 SDV 전환 전쟁…"노키아·모토로라 되면 안돼"

디지털경제입력 :2023/06/02 16:15    수정: 2023/06/03 21:31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뿐만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회장들은 미래차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 즉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체제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이동수단인 자동차가 SDV 등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시기는 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스마트폰 대전환 시기의 노키아나 모토로라 같이 시장에서 외면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청계천에서 운행하는 포티투닷 자율주행 버스 (사진=포티투닷)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포티투닷은 지난달 30일 3천462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4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3년동안 총 1조707억원어치 규모의 포티투닷 주식을 취득하겠다고 밝힌 뒤 첫 번째 납입이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에 현재까지 1조5천289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원한다.

포티투닷은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 선봉장이다.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에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업체 간의 협업을 통한 전환이 아닌 ‘자체 운영체제(OS)’를 갖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자체OS를 갖추게 되면 호환성이 높아진다. 호환성이 높아지면 효율성으로 이어진다. 자동차에 효율이란 이동의 편리함을 넘어 자유까지 얻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실행할 포티투닷은 정보기술(IT)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차량 탑재까지 전 과정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이란 뜻이다.

SDV란 도대체 무엇일까?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된 차라는 말을 뜻하는 SDV에 가장 가까운 차는 아무래도 테슬라다. 테슬라는 모든 자동차의 기능을 간소화하고 움직이는 컴퓨터로 만들었다.

테슬라 모델Y (사진=테슬라)

테슬라가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완벽하고 결함이 없는 자동차를 시장에 냈던 반면 완성되지 않은 차라도 출시 후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보완하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 방법으로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압도적인 1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업계는 SDV를 흔히 휴대폰에 비교한다. 구형 휴대폰을 사용해도 OS 업데이트를 하면 새 휴대폰과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겉은 그대로지만 속은 매번 최신 기기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엔진과 세밀한 부품을 기반으로 성능을 냈던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동 모터와 각종 전자기기로 이뤄진 전기차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 같은 전환은 이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그 위에 바퀴, 배터리 등의 하드웨어를 붙이는 시대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SDV는 단순히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와 OTA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차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차를 사도 내 정보를 마이그레이션해 기존에 타던 차와 같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부품이 간소화되면서 차량 개발비와 생산비도 최대 2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일종의 플랫폼이기 때문에 차량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신뢰성도 높아진다.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자율주행 기술을 통합해 성능을 개선하고 운전자의 주행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SDV는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GM, 폭스바겐, 벤츠, 토요타 등 자동차 산업의 노키아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SDV의 미래가치…2030년 830억달러(108조원) 시장 성장

글로벌시장 조사기업인 IHS마킷과 매켄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은 2019년 310억달러(40조원) 규모에서 2025년 두 배가량인 600억달러(78조원), 2030년 83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DV (사진=현대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예측되자 GM과 폭스바겐은 각각 2030년까지 차량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 이를 통해 수익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테슬라는 이미 OTA를 통한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로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SDV 관련 인력도 꾸준히 요구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차량용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은 2020년 기준 최소 2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GM·포드·폭스바겐 등은 매년 관련 인력을 5천명씩 뽑고 있다. 토요타도 신규 채용의 40% 이상을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으로 채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도약에 필요한 SDV 대전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3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글로벌 1위인 토요타의 영업이익도 넘어섰다. 매달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등을 유지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의 대전환에 늦어 한순간에 시장 경쟁력을 잃게 됐다.

포티투닷

현대차그룹은 ‘퍼스트무버’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활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포티투닷은 설립 초기부터 도심 교통OS인 유모스(UMOS) 구현을 목표로 설립 초기부터 풀스택(운영과 소프트웨어 전반) 자율주행 기술, 모빌리티 플랫폼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자율주행 기술도 수준급이다. 현대차그룹이 56년간 쌓아온 도로교통 데이터와 수준급 자율주행 기술의 결합은 강력한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제조기업에서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에 네이버의 최고기술경영자(CTO) 출신인 송창현 대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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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을 인수하고 SDV 전환을 맡긴 것은 내부의 힘으로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하에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폭스바겐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업체들도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등 내부 조직과 소프트웨어 전담을 분리하는 행보와 동일하다.

SDV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2025년이면 전면 전환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커넥티드, 자율주행 기술 발달에 따른 데이터의 급속한 확대 및 활용은 모빌리티 산업을 변화시키는 중요 드라이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