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언어 채택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러스트'지만,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재단, 프로젝트팀 등에서 불협화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더레지스터 등 외신에 따르면, 다가오는 러스트컨프2023 기조연설자로 초대됐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진헤이드 메나이드는 최근 주최측으로부터 기조연설을 정규 강연으로 격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더 이상 해당 행사에서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26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주최자가 전화로 연락해 내 연설을 기조연설에서 정규 강연으로 격하시킨다고 알려왔다"며 "이것이 시간대 상의 이유이거나 더 적합한 사람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어느것도 해당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강연 등급 격하의 이유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애초에 기조연설 강연도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러스트프로젝트리더십(RPL)'의 지명을 받아 갑자기 진행하게 됐는데, 발표 주제가 러스트 프로젝트 측에서 지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에 의해 강연요청을 철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러스트컨프에서 발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가 발표하기로 했던 주제는 '가능한 컴파일 타임 프로그래밍의 미래'였다.
이후 러스트프로젝트 코어언어팀 공동리더인 조시 트립렛은 해당 사건에 사과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사임하고 향후 거버넌스 체계에서 주요 역할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러스트컨프 기조연설 결정에 관여했고, 경솔한 행동 때문에 진헤이드 메나이드가 기조연설자에서 제외된 것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조시 트립렛은 작년 12월 러스트재단의 세이지 그리핀 소개로 진헤이드 메나이드의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고, 지난 2월 러스트컨프 측의 기조연설자 제안을 요청받아 진헤이드를 비롯한 몇명을 추천했으며, 그러다 5월 러스트 프로젝트 멤버들로부터 진헤이드의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접하고 재단의 리더십 채팅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논의 과정에서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나 갑자기 기조연설에서 진헤이드 메나이드가 제외됐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러스트컨프 주최자인 레아 실베르는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해당 사안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에 '러스트재단'. '러스트프로젝트', '러스트컨프' 등 3개 조직이 관여됐고, 소통 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측은 러스트 공식 블로그에서 29일 러스트컨프 기조연설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볼로그는 "초대를 받은 후 연설을 격하시킨다는 생각은 모욕적이었고, 지도자 중 어느 누구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서는 안 됐다"며 "리더십 채팅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여전히 잘못된 모든 것과 이 모든일의 재발을 방지할 방법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리더십 채팅의 의사 결정 및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서'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더십 채팅은 2021년말 모든 조정부서 인원이 사퇴한 후 설립된 임시 최상위 거버넌스 구조다. 최상위 팀의 모든 리드, 코어 팀의 모든 구성원, 러스트 재단 이사회의 모든 프로젝트 디렉터 등으로 구성됐다. 리더십 채팅은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명확한 규칙과 프로세스를 갖추치 못했다.
리더십 채팅 측은 이일로 일부가 사임했으며, 가능한 빨리 새로운 거버넌스 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러스트 커뮤니티의 불협화음은 꽤 오래된 일이다. 2021년 당시 러스트프로젝트의 조정부서 대표였던 앤드류 갤런트는 “코어팀에서 자신 외에 누구도 프로젝트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사임한다”며 “구조적 무책임의 결과로 커뮤니티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표준과 우리 표준에 맞춰 행동 강령을 시행할 수 없었다”고 지적하며 총사퇴를 발표했다.
이에 재단에 리더십채팅이 구성돼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발표했다. 일단락되는 듯 했던 러스트 커뮤니티의 문제는 새로운 사건을 만나 다시 불거졌다.
지난 4월 러스트재단은 '러스트' 상표권에 대한 독점 권한을 재단에 두는 새로운 상표 정책 초안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 초안은 러스트용 개발도구나 러스트로 개발된 제품이나 도메인에서 '러스트'란 상표를 쓸 수 없게 한 것이다. 개발자들은 이 정책에 대해 러스트와 커뮤니티의 성장을 해치는 행동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러스트 상표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러스트재단, 러스트프로젝트 등 커뮤니티 주요 그룹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이다.
러스트란 프로젝트 자체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리눅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의 적극적인 후원과 채택 속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월말 윈도의 핵심 라이브러리를 러스트 언어로 재작성하고 있으며, 메모리 안전 코드를 개발자에게 이미 제공중이라고 밝혔었다. 리눅스커널도 올해 배포된 버전부터 러스트 코드 병합을 시작했다.
관련기사
- 러스트 재단, '러스트' 상표 독점 검토2023.04.12
- 프로그래밍 언어 '지그', 언어 순위 50위 진입 주목2023.04.09
- 개발자 학습 관심 1위는 AI…자바·파이썬 제쳐2023.03.07
- 좌초 위기 겪은 '러스트', 거버너스 혁신으로 지속성 확보2023.03.03
러스트는 모질라재단 연구소의 그레이든 호아레의 개인 프로젝트로 시작돼 2009년 모질라재단의 공식 스폰서를 받았다. 2015년 모질라재단은 러스트 1.0을 외부에 공개했다. 러스트는 탄생 후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모질라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며 흔들렸고, 이에 러스트재단이 2021년 출범했다. 러스트재단 설립엔 AWS, 마이크로소프트, 모질라, 구글, 화웨이 등 5개사가 창립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커뮤니티는 소규모 프로젝트였던 러스트가 빠른 시간 안에 대규모 프로젝트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층의 두터운 후원을 갖고 있는 만큼 새로운 주도자 그룹이 등장하면 현재의 혼란을 수습하고 프로젝트를 안정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