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에게 코파일럿은 '웹 플랫폼 열쇠'

"세상을 바꾸는 플랫폼"…구글 아성 뛰어넘을 실마리 역할

컴퓨팅입력 :2023/05/31 15:17    수정: 2023/07/21 10:32

지난주 열린 마이크로소프트의 연례개발자행사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3'의 주인공은 생성 AI 기능인 '코파일럿' 시리즈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애저, 오피스, 빙, 엣지, 파워플랫폼, 깃허브 등 모든 제품군에 코파일럿을 투입하면서 오픈AI의 챗GPT 플러그인 표준을 활용한 생성AI 생태계 구축에도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을 '플랫폼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코파일럿 시리즈를 작업의 흐름을 끊김없이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11월 챗GPT의 출시와 함께 우리는 자전거에서 증기기관으로 넘어갔다"며 "AI 플랫폼 세대의 모자이크 같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컴퓨터를 마음의 자전거라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 말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기조연설에서 챗GPT 빙 검색 연동, 윈도 코파일럿, 코파일럿 플러그인, 코파일럿 스택,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 등 5개 발표를 소개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가장 첫 발표가 오픈AI 챗GPT의 검색엔진으로 빙을 투입한다는 것이었다. 챗GPT는 2021년까지 데이터만 학습해 최신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는데, 챗GPT 웹브라우징 기능이 최근부터 유료 가입자에게 제공되기 시작했다. 빙은 챗GPT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활용되며, 향후 무료 이용자에게도 제공될 예정이다.

이어 윈도 코파일럿이 소개됐다. 사티아 나델라는 "코파일럿을 가장 큰 캔버스인 윈도로 가져왔다"며 "모든 윈도 사용자를 고급 사용자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파일럿 스택과 플러그인이 소개됐다. CEO 기조연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내용이다.

코파일럿 스택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여러 코파일럿 시리즈 구축에 활용된 기반 기술 요소를 일종의 프레임워크로 구성해 내놓은 것이다.

챗GPT 빙 검색 활성화 모습

코파일럿 플러그인은 개발자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앱을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에 붙일 수 있게 한다. 챗GPT 플러그인을 그대로 코파일럿 플러그인으로 활용할 수 있고 그 반대로도 가능한데, 챗GPT 플러그인 표준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코파일럿 플러그인으로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워드 코파일럿에서 톰슨로이터 플러그인을 활용해 법적 계약설르 작성할 수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에서 활용가능한 플러그인은 50개이며 향후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SaaS형 데이터 분석 플랫폼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이 발표됐다.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은 AI를 위한 데이터 플랫폼으로 묘사되며, 데이터 수집, 저장, 처리, 분석, 시각화, 머신러닝 등 일련의 데이터 활용 프로세스를 통합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도 코파일럿을 탑재했고, 데이터 처리에 대한 모든 업무를 생성AI의 도움을 받아 자동화할 수 있다.

이같은 발표의 내용 구성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 기둥들을 코파일럿 기반으로 재구축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날 모든 사용자가 활용하는 IT 환경, 혹은 플랫폼은 크게 디바이스, 클라우드, 웹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스로를 기술 플랫폼 회사라고 강조해왔고, 윈도, 애저, 오피스 등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플랫폼이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웹이란 가장 큰 플랫폼을 꾸준히 노려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생성 AI 기술을 접목 빙은 비로소 구글의 아성을 뛰어넘는 웹 플랫폼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해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플랫폼에서 코파일럿은 소프트웨어로 들어가는 입구다. 입구로 들어가면 웹과 클라우드, 디바이스 등의 플랫폼이 있다. 코파일럿의 인터페이스가 사용자에게 정착된다면, 윈도든 엑셀이든, 엣지 브라우저든 어떤 것을 사용하든 사용자는 코파일럿으로 일이든 일상생활이든 시작하게 된다.

코파일럿 플러그인은 입구로 들어선 사용자의 목적지로 가는 경로다. 만약 웹 상의 정보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면 코파일럿 플러그인이 '빙'이란 네트워크를 거쳐 최종 콘텐츠로 나아가게 한다. 또, 사내 정보나 개인 정보를 이용해야 한다면 코파일럿 내부 망에서 동작한다. 웹과 내부 망은 격리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웹의 콘텐츠를 내부망으로 끌어올 수 있다.

개발자는 웹이든 앱이든 빙을 통해 검색만 되게 두거나, 직접 플러그인을 만들어서 자신의 서비스로 연결되게 하면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 사용자를 손쉽게 만나게 된다.

윈도나 오피스 같은 플랫폼에 탑재된 코파일럿은 무엇보다 모든 기능과 이점을 완벽히 숙지하지 않고도 해당 소프트웨어의 전체 역량을 온전히 활용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윈도나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기능을 절반도 쓰지 못한다. 각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사용자층을 감안해 종합선물세트로 기능을 갖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임에도 존재조차 모르고 쓰지 않는 게 태반이다. 코파일럿을 이용하면 숨은 기능을 알아서 찾아 활용하기 때문에 사용자나 소프트웨어나 성과 향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윈도11 윈도 코파일럿

깃허브 코파일럿은 애저로 가는 길이다. 깃허브 코파일럿은 우선 개발자를 마이크로소프트 고객으로 묶어준다. 깃허브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별도의 서비스지만, 점차 결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깃허브의 주요 코드 저장소는 애저에 호스팅되고 있으며, 깃허브 코드스페이스 같은 클라우드 기반 통합개발환경(IDE)은 애저를 기반으로 서비스된다. 깃허브와 애저는 지속적통합/지속적전달(CI/CD) 툴체인으로 엮인 데브옵스 세계에 있다. 이번에 공개 미리보기로 출시된 '애저 데브옵스용 깃허브 고급보안' 기능은 애저와 깃허브의 긴밀한 결합을 보여주는 한 예다. 이 기능은 비밀 스캐닝, 종속성 스캐닝, 코드 스캐닝 등 개발자 보안 기능을 애저 데브옵스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VS코드를 비롯한 비주얼스튜디오 제품군은 깃허브와 매우 긴밀히 결합돼 있고, 비주얼스튜디오에서 개발된 코드는 깃으로 패키지돼 깃허브에 올라가 애저에 저장된다. 비주얼스튜디오 제품군에서 코파일럿 플러그인을 만들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코파일럿 스택은 더 직접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활용성을 높인다. 오픈AI에 제공됐던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전용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일반 사용자에게 동일한 사양으로 제공한다. 기업, 조직, 개발자 각자의 독립된 코파일럿을 개발할 수 있게 AI 모델 개발을 위한 도구 '애저 AI 스튜디오'가 있고, 이를 통해 사용자를 애저란 거대한 공간 안에 유지시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오케스트레이션 요소를 이용해 모델링의 정확도와 신뢰도,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애저 AI 스튜디오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도 수행해준다.

애저 AI 스튜디오(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사용자들이 오픈AI 종속을 우려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 애저 AI 스튜디오는 제3의 오픈소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오픈AI 챗GPT가 애저의 코스모스DB를 비롯한 다양한 애저 서비스를 활용하기 때문에 챗GPT 사용증가는 애저 사용증가로 이어진다.

케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자신의 기조연설 마지막에 "전설적인 일을 하라"고 말했다. 생성AI, 코파일럿으로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이 새로운 플랫폼의 초기에 새로운 도구를 사용해 놀라운 일을 절대적으로 수행할 능력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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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 CTO는 빌드2023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며 AI로 전설적인 일을 하라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의 기조연설 마지막 발언은 개발자에게 원대한 포부를 던진다. 그 속엔 마이크로소프트 스스로에게 던지는 강한 희망도 있는 듯하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실제로 소수의 사람이 아닌 80억명의 사람들에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공평한 성장을 원하기에 몇년, 몇세기가 아니라 며칠, 몇주 걸려서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에 대한 신뢰를 원합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기본권을 보호하고,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고려할 때 에너지 전환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를 수행하길 원합니다. 이것이 지구상 모든 개인과 조직에게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준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명의 근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