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스타 팹리스 기업 키워야 산다"

[인터뷰] 유재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5/30 14:44    수정: 2023/05/30 21:29

"우리나라에도 스타 팹리스 기업을 키워야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유재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유 부회장은 대형 팹리스 기업이 나타나야 입사 지원자가 늘어나고, 대학에서는 시스템반도체 인재 양성이 이뤄지면서 전체 산업이 커 나갈 수 있다는 논리다. 스타트업 팹리스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또 "최근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대학교와 기업 간의 연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만이 국가 차원의 반도체 연구기관인 ‘대만반도체연구센터(TSRI)’를 출범시키고,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킨 성공 사례를 교훈삼아 우리나라도 반도체 개발과 인재육성에 동시에 집중하는 '양수겸장'의 전략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유재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겸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사진=지디넷 코리아)

유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시스템반도체 전문가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반도체 설계 실무 경험을 쌓고, 1991년부터 현재까지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GCT에서 근무한 바 있고, 삼성전자 첨단기술 연구소 교수,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구동 기술 및 시스템 연구회장을 거쳐 2020년부터는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유재희 부회장과 일문일답이다.

Q. 정부가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규 조성한다는 계획을 지난 4월 발표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대학교와 기업 간의 연계를 추진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했을 당시 스탠포드나 버클리 대학에서 교수 및 학생과 기업 간의 인적교류가 활발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 산학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을 봐 왔다. 이렇듯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도 산학 협업 공간을 구축해 교수가 현장에서 실무교육을 하고, 칩을 만들 수 있는 ‘오픈 팹’ 협력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물론 기업 내 실무자가 학생을 직접 교육하는 것이 대학교수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 하지만 미래 기술, 차세대 기술 로드맵 등과 관련해서는 대학교수의 교육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미래 기술을 보유한 실무자는 현업에 투입되기에도 바빠서 실무 교육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Q. 대만에서 시스템반도체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TSMC와 대학이 연계해서 팹리스를 지원한 덕분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대만은 2019년 국가 차원의 반도체 연구기관인 ‘대만반도체연구센터(TSRI)’를 출범시켜 반도체소자 제조공정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인재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TSRI는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등 굉장히 적극적으로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TSRI를 참조해서 시스템반도체 개발과 인재육성에 힘써야 한다."

그래프=지디넷코리아

Q. 시스템반도체를 키워야 하는 이유는? 특히 시스템반도체 인력이 가장 부족하다던데.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최근 메모리의 재고가 쌓이면서 판매 가격이 내려가고,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 반도체 산업이 부가가치가 높았던 이유는 시스템반도체에 주력한 덕분이다. 즉, 우리나라도 부가가치 높은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인력양성에 힘써야 한다. 시스템반도체는 크게 파운드리와 팹리스로 구분되는데, 국내 인력 부족은 팹리스가 파운드리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칩 설계 중 아키텍트(architecture)를 담당하는 인력 양성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Q. 그동안 왜 국내에서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나.

"그동안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던 배경은 ▲인력부족 ▲매출이 높은 대형 팹리스 업체 부족 ▲글로벌 마케팅 부진 ▲기업이 돈을 수급할 수 있는 투자 유치 부족 등으로 요약된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인력양성과 더불어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경우 자사의 세트 사업인 스마트폰, 가전제품과 관련되는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만 공급한다는 점이 아쉽다. 부가가치가 높은 AI 반도체 시장은 주로 미국이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Q. 국내에서 스타 팹리스 기업을 키우려면 어떤 곳에 집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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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규모 있는 스타 팹리스 기업을 키워야 한다. 엔비디아, 퀄컴과 같은 기업이 국내에 있으면 학생들은 앞다퉈 입사를 희망할 것이다. 또 팹리스 기업이 성장하려면 대형 세트 고객사를 여러 개 확보해야 한다. 일례로 자동차 업계에서 중견·중소 팹리스 기업의 칩을 구입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구입을 취소한다면, 중소 팹리스 기업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소 팹리스도 국내 뿐 아니라 국외 대기업 고객사를 여러 개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게 안되다 보니, 중소 팹리스 기업은 고객사 눈치만 볼 수밖에 없고 가격 경쟁에서도 협상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도전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칩을 만들어야 하는데 팹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칩을 만드는데 약 수 억원씩 드는데,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안타깝다. 따라서 정부에서 팹 지원을 해줘야 팹리스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칩을 개발을 이어 나가면서 대형 기업으로 클 수 있다. 결국은 스타 기업이 나오는 환경을 조성하면, 인력 양성이 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해야 한다."

■ 유재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겸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프로필

1990 ~1991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USA Technical Staff

1991~현재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정교수

1996~현재 대한 전자공학회 /SOC 설계 연구회 이사

2000~2001 GCT, USA Chief Consultant

2001~2004 Primenet CTO

2011~ 2011 삼성전자/첨단기술 연구소 교수

2010~2012 한국 정보 디스플레이 학회 구동 기술 및 시스템 연구회장

2011~2017 성진 C& C, P & K 시스템, 현대전자 기술고문

2015~2017 Journal of information Display 편집위원

2016~2020 넥시아 디바이스 기술고문

2020~현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