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후 보험금 소송을 벌이고 있는 남편이 최근 처음으로 승소를 확정 받았다.
형사사건에서 각급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던 만큼 이후 제기된 민사소송에서도 다른 판단이 나오고 있는데,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나머지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게 될 경우 그가 받게 될 보험금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19일 A씨와 딸이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2억1000만원 상당의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문광섭)도 지난 19일 두 사람이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교보생명보험이 A씨에게 2억3000만원, 딸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1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만삭이었던 아내 B씨를 태운 채 승합차를 운전해 고속도로를 달리다 갓길에 세워져 있던 화물차량과 추돌했다. 그런데 당시 B씨는 20개가 넘는 보험에 가입돼 그가 사망할 경우 최대 95억원의 사망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보험금 액수와 매달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약 360만원)를 고려했을 때 보험금을 노린 살인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선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선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A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A씨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졸음운전'이라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A씨가 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A씨가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7년 "졸음운전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결국 A씨는 살인 혐의는 무죄,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재상고심에서 금고 2년 형이 확정됐다.
결국 B씨 앞으로 20개가 넘는 보험이 가입된 경위에 대해선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A씨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가입 경위에 대해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를 이용해주는 보험설계사들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1심 무죄 판결 후인 2016년 여러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는데 무죄 확정 이후 약 5년 만에 변론이 재개됐다. 그리고 판결은 엇갈렸다.
보험금 소송 주요 쟁점 중 하나는 B씨가 약관을 충분히 이해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A씨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B씨가 보험계약 당시 약관을 이해했다고 봤다.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 2심 재판부는 "B씨가 보험모집인 등의 설명을 듣고도 자신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체결에 동의한다는 점을 이해 못 한 채 자필로 피보험자란에 서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1심과 같이 판단했다.
반면 보험사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B씨가 한국의 보험제도나 계약 체결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고, B씨의 진정한 동의 의사 확인에 필요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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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 1심 재판부는 "B씨와 같은 사람은 한국어 능력도 부족하고 언제라도 도박보험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이러한 사람을 피보험자로 하는 거액의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