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은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이 가져다 주는 서비스를 지난해 본격 시작했다. 정식 서비스는 아니다. 국비 지원으로 적합한 수요처에 맞게 서비스를 우선 진행해보는 테스트 단계다. 이용 건수는 매달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누적 배달 건수는 최근 2만 건을 넘어섰다.
다만 현실적인 과제가 산적했다. 사람이 직접 배달하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 아직 수익화 이전인 만큼 추후 서비스 시 비용을 논의해야 하는 점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좁은 실내에 로봇 여러 대가 운행할 경우 혼잡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배민 로봇배달서비스실이 로봇 배달을 시험하고 있는 지역은 5월 기준 세 군데다.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에어딜리'를 시작으로, 9월에는 경기 수원 광교호수공원 인근에서 '딜리드라이브' 배달을 시작했다. 10월에는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를 대상으로 '딜리타워'의 코엑스몰 음식 배달에 나섰다.
로봇 배달이 가능한 구역에서 배민 앱을 실행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트레이드타워는 로봇 배달을 이용하면 주문 금액에서 2천원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현재는 디저트와 간단한 빵 종류를 배달하고 있다. 때문에 점심시간 직후는 특히 바쁘다.
■ 왕복 이동시간 24분·승강기 대기 12분
지디넷코리아는 평일 오후 1시경 트레이드타워 2층의 한 사무실로 음료를 주문해두고, 로봇이 음식을 받아오는 과정을 살펴봤다. 배달에는 최종 약 40분이 걸렸다. 편도 이동 시간 12분과 승강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12분이 필요했다. 점심시간 직후라 승강기 이용객이 많은 시간이었다.
트레이드타워는 배달로봇 6대를 운용하고 있다. 로봇은 1층부터 51층까지 음식을 배달한다. 사용자가 특정 층과 호수를 입력하고 음식을 주문하면, 지하 1층에서 대기하던 로봇이 같은 층 코엑스 몰 내 음식점으로 가서 음식을 받고 지정된 곳 앞까지 배달하는 방식이다.
오후 1시 2분에 음식 주문과 동시에 출발한 로봇은 미로 같은 코엑스 몰에서 매장을 향해 길을 찾아 갔다. 버튼을 눌러야 열리는 자동 미닫이문은 로봇과 연동해뒀다. 사람이 손수 열어야 하는 여닫이문이 있는 구간은 통과하지 못해 돌아가야 했다.
로봇이 식당에 도착한 것은 1시 14분이다. 사람이 트레이드타워 사무실에서 직접 가도 족히 10분은 걸릴 거리다. 지하 1층에서 출발하는 만큼 주행에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다. 음식점에 도착한 로봇은 음식을 기다렸다. 점원은 로봇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주문 번호를 확인하고 주문한 음식을 수납함에 담아 로봇을 다시 출발시켰다.
1시 28분, 로봇이 다시 트레이드타워 지하 1층에 승강기 앞에 도착했다. 저층부 6개 승강기 중 1개를 로봇이 이용하고 있었다. 승강기도 연동되어 있어, 별도 조작 없이 혼자 목표 층으로 향할 수 있다. 문제는 한 번에 한 대씩 타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여러 대가 줄지어 기다리는 경우 배달 시간이 지연됐다. 앞서 온 로봇들을 먼저 보내고 1시 40분이 되어서야 우리 로봇이 승강기를 탈 수 있었다.
로봇이 승강기를 타고 내릴 때는 주변 상황을 인지한 후 천천히 탑승했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타지 않고 보냈다. 승강기를 탄 후에는 천천히 돌아서 자리를 잡고 '2층 이동 중'이라는 문구를 송출했다. 로봇이 언제 내릴지 혼란이 없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로봇이 승강기를 내리고 주문한 곳까지 도착했다. 1시 42분이었다. 처음 주문을 접수하고 약 40분이 걸렸다. 커피 한 잔을 받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차후 배달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배달의민족 측은 설명했다.
현재 로봇배달은 단건배달만 운영 중이다.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추후에는 묶음 배송도 가능할 전망이다. 로봇에 수납장이 2개 있어서 두 군데까지 안전하게 합배송이 가능하다. 이러면 주문 접수량 대비 배달 시간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또한 안전 문제를 위해 아직까지 로봇 주행 속도를 낮게 설정해둔 점도 배달 시간에 영향을 줬다. 현재는 일반 성인이 느긋하게 걷는 수준이다.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면 추후에는 주행 속도가 점차 빨라질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 주행할 때나 승강기를 대기하는 로봇이 몰리는 경우 혼잡한 상황도 발생했다. 사고 우려는 적어 보였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개선은 필요하다.
■ 연내 테헤란로 실외배송 확장 계획…법령 개정 영향
배달의민족은 오는 9월 테헤란로 외부를 대상으로 로봇 배달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서비스를 시작하면 인근 타 복합건물 사무실에서도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대규모 실증사업으로 인근 소비자 편의를 높이고, 로봇 산업 규제 개선과 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 개정된 관계 법령이 서비스 추진에 가속도를 붙였다. 특히 지난 3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실외이동로봇' 정의가 규정된 영향이 컸다. 6개월 이후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실외 배달로봇이 규제샌드박스 특례 신청 없이도 혼자 인도를 주행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통과도 로봇 배달 상용화 배경이 됐다.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 기준이 마련돼 업무 목적 촬영이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해당 개정안도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로봇이 혼자 음식을 배달하는 일이 간단치만은 않다. 운영 주체가 주행 상황을 모니터링 해야 하고, 만약의 고장이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주행 중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고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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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비용과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남았다. 로봇 한 대 가격이 수천 만원에 달하고, 관리 요원이 붙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 비용 효율적이지 못한 솔루션이다. 또한 배달 중 혼잡도를 해결할 방안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2010년대 배달 앱이 우리 주변 외식산업의 모습을 크게 바꿔 놓았다면, 앞으로 10년은 로봇이 또 한 번 새로운 변화를 이끌 전망이다. 외식업 시장과 소비자 편의를 함께 키우면서도,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로봇을 운용해 긍정적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길 로봇 업계는 소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