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작년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일곱차례 연속으로 인상 후 2월부터 이번달까지 3회 연속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동결됐다”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영향으로 모든 위원들이 ‘금리 상단을 3.75%로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 전원 ‘추가 인상’ 가능성 제시”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예상대로 둔화되고 있지만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지, 계속할지와 더불어 향후 국내 외환시장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염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정책을 강경하게 진행한 상황에서 물가와 경제 파급효과를 지켜 볼 필요가 있는 만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하다”며 “금통위원들도 같은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가 상승률이 2%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기 전까지 금리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재정통화정책은 단기효과, 사회구조 개혁 필요”
이창용 총재는 “한국이 장기저성장에 직면한 게 사실”이라며 “구조적으로 저출산-고령화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현재는 낮은 경기성장률 때문에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이 큰 이슈”라며 “그러나 5년에서 10년 안에 노후빈곤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금개혁, 저출산, 초고령화 문제 등 사회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며 “사회전반의 구조적인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니 통화정책 부담으로 전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당국에만 경제를 의존하는 태도는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며 “재정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제 안정화를 위한 수단일 뿐 장기적인 건 사회구조 개혁”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부채한도 결국 합의할 것…불확실성은 염두”
한편 최근들어 미국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디넷코리아는 “미국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실현될 경우를 고려해 한국은행이 시나리오별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창용 총재는 “2011년에도 미국에서 유사한 상황이 있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았다”며 “미국의 채무 불이행은 금융시장 전체를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에 대한 시장 압력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사태도 미국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경제가 무너질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백악관과 공화당이 부채한도 관련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지속, 은행부문의 신용공급 축소 등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근원물가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
국내경제는 소비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수출과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 고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경기 둔화로 취업자수 증가폭이 축소됐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당분간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하반기부터 IT 경기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파급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하회하는 1.4%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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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전월(4.2%) 대비 낮아지는 등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 이는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된 데 주로 기인한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당폭 낮아졌다가 이후 소폭 높아져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무역수지 흐름, 미 연준 정책금리 인상 종료 기대, 미 부채한도 협상 등에 따라 상당폭 등락하였고, 장기 국고채금리는 주요국 국채금리 움직임에 영향받아 다소 상승하였다. 가계대출은 소폭 증가하였고 주택가격은 하락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