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와 네이버 및 카카오 사이에서 뉴스 제휴와 제재 심사를 맡아왔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활동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정부·여당의 ‘포털 때리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7월 출범 예정이었던 ‘제평위 2.0’ 구성과 네이버·카카오의 뉴스 제휴 심사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논의 끝에 다시 새로운 방안이 나오긴 하겠지만 그게 더 나을 것일지는 알 수 없다.
포털과 개별 언론사는 사적 계약을 통해 뉴스 제휴를 해왔었다.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뉴스 제휴 언론사 선정 과정이 공정한 것이냐는 시비가 있을 수 있었다. 제평위는 이 시비를 없애기 위해 2016년 설립됐다. 언론단체, 시민단체, 법조계 등 15개 단체가 추천한 위원 30명으로 구성됐다. 네이버나 카카오(예전 다음)가 하던 일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 공정성과 객관성을 얻자는 취지였다.
제평위 시절에도 시비가 없지는 않았다. 양대 포털과 제휴하지 못한 언론사를 중심으로 불만이 계속 나왔다. 이 과정을 자세히 알진 못한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제휴 언론사를 늘리지 않기 위해 제평위에 무언의 가이드를 제시한 것인지, 제평위에 소속된 언론단체 위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제휴의 길을 좁힌 것인지, 심사대상 언론이 제휴하기엔 객관적으로 부족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포털과 뉴스 제휴하는 길이 예전보다 좁아진 게 사실이라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제평위는 기존 제휴 언론사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한 목적으로 생긴 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는 개별 언론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성이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중앙의 대형 언론이 관심을 두지 않는 곳을 찾아 보도하는 언론들이야말로 다양성을 확대하는 첨병일 수 있다.
의미 있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포털에서는 아직 찾아볼 수 없는 언론이 분명히 존재한다. 지역 언론이나 좁은 분야를 탐구하는 전문 언론 그리고 소수자의 관점을 지키는 언론 등이 그런 예다. 대중이 쉽사리 발견할 수 없는 이런 언론의 보도를 발굴해 퍼뜨리는 일이 포털 뉴스가 지향해야 하는 사명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특정 개별 언론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포털 때리기’가 제평위 활동을 중단시켰다기에 들여다보니 이런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제평위가 활동을 중단해야 할 만큼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면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언론사 제휴와 보도 내용에 대한 심사의 문제여야 한다. 그것이 제평위 일이기 때문이다. 심사의 문제는 엉뚱한 기사를 써도 제재하지 않았을 경우 발생할 것이고 제휴의 문제는 위에서 서술한 것과 같다.
정부·여당이 문제 삼는 것은 그러나 그와 같은 게 아니었다. 뉴스 서비스의 편향성과 불공정성이 핵심이다. 이를 트집삼아 제평위 구실을 대신하는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라는 기구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발의 됐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그러는 배경에 대해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보도가 많다. 선거철마다 그러긴 했으니 그렇게 분석하는 것이 틀리다 할 수 없다.
이 칼럼 제목을 ‘포털 뉴스에서 조중동과 한경오를 뺄까요’라고 단 것도 그래서다. 뉴스에서 편향성이 있다면 그건 포털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 언론의 속성을 탓해야 한다. 진정으로 포털 뉴스에서 편향성을 없애고자 한다면 관점이 뚜렷하고 그래서 당파성이 강한, 그렇기 때문에 편향성을 의심받는 언론을 빼면 될 일이다. 실제로 존재할 지는 의문이지만 항상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언론만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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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은 당연히 허황되고 망상에 가까운 것이다. 왜 그런가. 포털 뉴스가 편향돼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망상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포털 뉴스는 다양성이 핵심이다. 모든 뉴스에는 저마다의 관점이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 포털 뉴스는 그 다양한 관점을 대비시킴으로써 언론 소비자가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더 다양하게 고려할 줄 아는 사회가 더 나은 세상 아니겠나.
포털은 이미 뉴스 자체 편집을 최소화하고 언론사 자체 편집을 더 강화하는 추세이며 이용자가 언론사와 기자를 구독하게 하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대체 포털이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 얻을 게 뭐가 있겠는가. 정권을 잡겠는가, 돈을 더 벌겠는가.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고 그러므로 그럴 의도를 가질 까닭도 없으니 포털의 당파성을 따지는 행위를 망상이란 말 말고 어떻게 표현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