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가 투자 심리 위축에, 엔데믹 전환까지 겹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비대면진료 시범 사업이 재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약 배송도 허용되지 않아 닥터나우 등 비대면 스타트업들은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해 유동성이 얼어붙자 클래스101·직방·그린랩스 등은 올해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풍부한 자금 유동성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핵심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던 때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특히 비대면 진료 사업을 영위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의 경우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업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약 배송 헬스케어 스타트업 엔데믹 ‘직격탄’
비대면 진료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엔데믹 전환으로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돼 왔는데, 경보가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재진 중심으로 허용 대상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약 배송도 섬·벽지 거주자 등 일부에만 한정된다.
보건복지부가 18일 발표한 시범사업안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는 원칙적으로 재진만 허용된다. ▲65세 이상 고령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감염병 환자 ▲섬·벽지 주민에게는 지금처럼 초진도 허용되나, 일반 직장인 등 다수 이용자를 아우르지 못해 서비스 대거 이탈이 예고된다. 비대면 약 배송의 경우 환자가 거동이 불편한 경우 등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에 원격 의료 플랫폼을 대표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19일 “복지부가 발표한 시범사업은 사실상 비대면진료 사형선고”라며 시범사업안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일부 환자는 초진을 허용했다고 하나, 그 범위는 극도로 제한적”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쌓아 올린 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전세계적 규제 완화 흐름과 달리 나홀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단체는 “의료 서비스 가장 마지막 단계가 의약품 수령 및 복용임에도, 특정 단계에서만 비대면을 배제한 것은 약업계 기득권만을 대변한 결정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민간이 제공하던 비대면진료 서비스는 지속 불가능하다. 나아가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수백억대 투자를 유치하고 핵심 인재를 영입하며 호황기를 누렸다.
닥터나우는 지난해 6월 4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고, 올해 초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여민수 카카오 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또 다른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 굿닥도 지난해 5월 21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심리 회복 ‘아직’…구조조정 등 ‘칼바람’ 불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도 계속 되고 있다. 투자 심리는 얼어붙고 수익성이 악화하자 기업들은 인력 감축 등 비용 효율화에 나섰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에서는 지난달 연간 성과 시즌에 맞춰 일부 직원 해고가 이뤄졌다. 최하위 성과인 ‘푸어’ 등급을 받은 이들이 정리 대상이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직방 지난해 매출은 8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도 370억원으로 전년(82억원) 보다 4배 이상 확대됐다.
온라인강의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도 최근 전체 인원의 약 10%를 감축했다. 인력 정리는 특정 부서에 집중돼 있기보다, 구독 비즈니스 등 핵심 사업 외 부문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상자에게는 일정 수준 보상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지원된다.
클래스101 매출은 2021년 866억원에서 지난해 656억원으로 감소됐으며, 영업손실은 170억원에서 289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회사 측은 “연내 월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클래스101은 3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금 조달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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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는 데이터농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린랩스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다. 국민연금 자료에 따르면, 그린랩스 퇴사자수는 올해 1월 38명에서 2월 288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그린랩스 영업손실은 1천19억원으로 전년(156억원) 보다 7배 이상 불어났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스타트업 시장이 예전과 달리 다소 경색되고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변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몇몇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조직개편이라는 선제적 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