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학원비 부담에 빠듯한데 가스·전기요금까지 오른다고 하니 꼭 필요한 학원만 남기고 줄일 예정입니다" (경기 거주 40대 김모씨)
역대급 사교육비에 물가 고공행진으로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수입이 제자리거나 줄어든 경우가 많다 보니 고물가와 학원비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점점 비싸지는 학원비에 학원의 수를 줄이거나 심지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사교육비 교육 총액은 25조9538억원으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년도인 2021년(23조4158억원)과 비교해도 10.8% 늘어난 수치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을 포함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41만원으로 2021년 대비 2.8% 증가했다.
◇"학원 5개에서 3개로 줄이려고 해요"
19일 뉴스1이 만난 부모들은 고물가와 역대급 사교육비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0대 김모씨(경기도 거주)는 첫째가 다니는 학원 5개 중 필요한 것만 남기고 3개 정도로 줄일 예정이다. 김씨는 "학원 5개도 학원비가 월 10만원대인 곳으로만 보내는데도 요즘 고물가로 인해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원만 남기고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거주하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40대 이모씨는 "유치원 때부터 다녔던 영어학원을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계속 다녔는데 한달 50만원으로 제일 비싸다"며 "이 밖에도 미술, 학습지 등등을 합쳐서 20만원정도 들어가 한달 총 70여만원이 아이 사교육비로만 나가고 있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7살 유치원생 자녀를 둔 40대 손모씨도 "영어유치원에 보내는데 한달에 이것만 160만원이 들어서 아내랑 보낼지 말지 고민 중"이라며 "회사에서 연봉을 괜찮게 받고 있는데도 외벌이라서 고물가 속 사교육비 증가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고등학교 2학년생, 중학교3학년생, 초등학교 6학년생의 세 자녀를 키우는 임모씨는 학원비로만 한달에 180만원이 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임씨는 "작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조금이라도 벌이가 괜찮아 보이는 자영업을 시작했다"며 "첫째는 이런 상황을 아는지 학원 안다니고 본인이 혼자 공부하겠다고 하는데 부모된 입장에서 너무 미안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아이 돌봄 힘든 맞벌이 부부, 학원 줄이기도 힘들어
높은 사교육비 부담에도 학원의 수를 줄이기 힘든 부모들도 적지 않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돌봄 역할을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이 일정 부분 해주고 있어 억지로라도 학원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남들은 다 보내는데 자기 자식만 학원을 안 보내면 또래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컸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40대 이모씨는 "아내와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어 아이가 학교 끝나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하교 후 바로 학원 3군데를 보낸다"며 "비용이 들어도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유치원생이었을 때는 한달에 120만원씩 들여 영어유치원을 보냈는데 그때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아이를 학원에서 데리고 있어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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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자녀 2명을 둔 경기도 거주 40대 김모씨는 "동네 커뮤니티나 카페 등에 들어가 보면 우리 애만 남들 다 보내는 학원에 안보내면 좀 안될거 같은 분위기도 있다"며 "가뜩이나 물가가 오른 마당에 사교육비까지 비싸니 답답한 마음 뿐"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