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의 5G 요금제 경쟁이 본격화됐다. 데이터 제공량 100GB 이하 중간요금제가 잇따라 출시됐고, 청년층과 노년층 대상으로 사실상 요금 인하 성격의 새 요금제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해외 통신사들은 통신 요금을 부쩍 올리고 나섰다. 유가와 인건비 상승 등 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통신사들이 줄줄이 통신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크게 다를 게 없는 사업환경이지만 국내 통신사의 요금 선택폭 확대와 해외 통신사의 요금 인상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는 왜 앞다퉈 통신비 올릴까
해외 주요 국가의 통신사들은 요금 인상 배경으로 ▲인플레이션 ▲투자 확대를 통한 품질 유지 등을 꼽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치솟고 경기 침체가 맞물리는 상황에 통신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가입자 기준 1~2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AT&T는 지난해 통신비 인상을 단행했다. 버라이즌은 물가상승을, AT&T는 이에 더해 인건비 등의 비용 상승을 꼽았다.
요금 인상 개편 2년 만에 버라이즌은 추가 인상을 단행했고, AT&T는 가입이 중단된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대상으로 월 6달러에 이르는 요금 인상을 추진했다.
영국 통신사들도 일제히 요금 인상에 나섰다. 가격이 오른 새 요금제를 내놓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가입한 요금제라도 지불 비용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용약관에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매년 3~4월에 요금을 올릴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요금 인상폭을 살펴보면 국내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표적인 현지 통신사인 EE는 지난해 9.3%, O2는 11.7%, 보다폰은 9.3%의 인상률을 기준으로 통신 요금을 올렸다.
이밖에 네덜란드 통신사인 KPN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지목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요금 인상 계획을 공지했다.
한국은 물가상승 상황 다를까
해외 각국의 통신사들이 요금인상 이유로 꼽는 환경이 국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의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 4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상승률이 3%대로 하락했지만 최근 결정된 전기요금 인상을 비롯해 국제유가 인상과 환율 등의 요인으로 다시 물가가 오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반면에 통신 지출 목적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제자리에 머물렀다. 2020년을 기준(100)으로 따지는 지수를 보면 통계청이 구분한 지출목적별 부문에서 통신은 4월 기준 다른 항목 대비 가장 낮은 100.72로 나타났다. 식료품, 숙박, 전기, 연료 등이 110 이상의 지수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통신은 물가 방어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통신 소비자물가지수는 향후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최신 통계청 자료에 중간요금제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통신사들의 신규 중간요금제로 월 7천원의 요금 인하 효과를 예상했다.
또 청년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 등을 대폭 늘리는 요금 인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통신비 지출을 줄이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이고, 시니어 요금제 역시 연령별 세분화에 따라 노년층의 통신비 부담을 경감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 소비자 후생 확대, 진짜 필요한 고민해야
최근 통신 3사의 요금제 개편이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다른 지출 항목과 비교해 통신비는 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전기와 가스 요금 오르듯이 통신비까지 오르면 민생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디지털 심화 시대에 물가상승 방어를 통신비 항목이 맡고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다른 주요 국가 통신사업자들의 요금 인상 동향을 고려하면, 통신 분야의 소비자 후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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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한 한 대학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 경쟁촉진 방안이 겉으로 비춰지는 이용자 후생에만 집중하면 언 발의 오줌 누기 식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사업자 간 경쟁 확대를 통한 이용자 후생 확대는 꼭 필요한 정책적 가치지만 사업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사용료가 대폭 인상되는 국면에서 사업자들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면 결국 다른 부분의 이용자 후생이 감소하는 영향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재까지 이뤄진 경쟁정책 효과를 따져보고, 추가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것과 함께 더욱 경쟁할 수 있는 지원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